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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윤온유 칼럼] 22번째 이야기) 아이 중심 대화#3. 창의적인 아이는 믿음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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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윤온유 칼럼] 22번째 이야기) 아이 중심 대화#3. 창의적인 아이는 믿음에서 자란다.
  • 윤온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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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자꾸 만들어요. 한글도 못 읽으면서 만들기만 좋아하네요."

▲아주 작은 것부터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한 어머님이 한숨을 쉬며 말씀하신다. 아이가 매번 장난감을 사주면 분해해놓고, 분해한 것들을 모아 다른 것을 만들고 다시 원래 상태로 만들어달라고 떼쓰고, 한글이나 수 활동을 하면 도망 다니면서, 맨날 조립하고 끼워 맞추고 붙였다가 뗐다가 하며 집안의 모든 물건을 망가뜨리며 논다는 것이다. 쫓아다니면서 그만하라고 하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어느 순간 '사부작사부작'거리며 놀고 있더란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대적 흐름으로는 창의적이고 과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사람을 지향하기에 우리 아이는 시대에 걸맞다고 생각하며 괜찮다고 안심하고, 아이에게 칭찬도 했지만, 점점 갈수록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답해 주었다.
"어머님의 생각을 뛰어넘는 멋진 아이네요. 한글도 못 읽는데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딜 가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적 변화와 교육의 흐름, 향후 10년 뒤의 변화에 대해 말하지 않는 곳이 없다. 벌써 우리 앞에 다가온 변화에 대해 걱정과 염려를 하고  발 빠르게 도전하길 원하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큰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데서 그 변화의 시작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고의 발판을 세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 사고는 가정에 있을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있을 때, 학교에 있을 때, 친구와 만날 때 등 많은 상황에서 작은 순간들이 모여 축적되면서 뇌의 각인되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이루는 습관이 이루어져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의 기반은 기존의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르게 생각해나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출처/픽사베이)

이 사고는 한글을 잘한다거나, 수학을 잘하고 학습활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 태어날 때부터 천재이거나 좋은 환경이 받쳐주어 다양한 장난감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아이가 이 장난감을 가지고 자기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장난감 하나로 다양한 놀이의 방법을 창작해내고, 다른 놀이와 연계해보고, 다른 재료와 융합해보기도 하며, 다른 친구와 연합하여 놀 수 있는 창의적 사고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와 능동적 사고, 논리적인 사고 구조의 첫걸음은 어떤 놀이든, 활동이든, 기본생활 규칙이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도전하게 만드는 부모님의 믿음과 기다림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지만 가장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믿는 것과 기다림'이다.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통해 다양한 사고로 확장될 것에 대해 믿고 시간이 걸리든지, 예쁜 장난감을 분해하든지 이 아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은 2번, 3번이 넘어가면서 점차 힘들어지는 과제 중 하나이다.
아이들을 보며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저거 또 분해하고 나면 또 사달라고 할 텐데….'라는 걱정이 앞서면 더더욱 믿고 기다리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어린이들을 창의적 학습경험에 참여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활동을 개발하는 학습 방법론을 연구하며 mt 미디어렙의 평생유치원 그룹을 이끌면서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는 코딩교육프로그램 "스크래치"를 개발한 미첼 레스닉 박사의 평생유치원이라는 저서를 보면, 우리의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특히 4차 산업 시대가 도래되면서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여 삶에 필요한 것으로, 혹은 예술적인 것으로 만들어내고 그 기술을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책에는 그 창의적인 활동과 메이커 운동의 과정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나는 저자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보게 되었다.

▲메이커운동이란 메이커들이 일상에서 창의적 만들기를 실천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제2장 프로젝트에서 보면 저자는 미니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뒷마당을 파내게 된다. 처음에는 골프 홀을 떠올리며 그냥 구멍을 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멍의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구멍이 망가지지 않도록 구멍에 알루미늄 캠을 끼워 넣었다. 그러나 비가 오고 나니 캔 속은 물로 가득했다. 여기서 저자는 물이 잘 빠지도록 캔의 양 끝을 잘라내고 구멍에 끼워 넣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놀이면서 학습경험이라 표현하였다.

또 미니 골프 코스에서 벽과 장애물을 추가할 때 골프공이 어떻게 튕겨 나오는지 알아야 했기에, 자연스레 충돌에 관한 물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장애물에 튕겨 나온 골프공이 구멍에 들어가도록 각도를 측정하고 계산하면서 몇 시간이고 보냈다고 한다. 이 과정을 보자.
기존의 경험인 골프장의 즐거움과 골프라는 놀이를 집에서 하기 위해 새롭게 집에서 하는 미니 골프장을 생각해내었고, 기존의 것을 나의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놀이로 만들기 위해 계획과 실행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골프 홀을 준비하고, 골프 홀을 준비하면서 문제점을 분석하여, 해결책을 고안해내며 완성도를 높이고, 그 이후 다음 단계인 골프공이 튕겨 나오는 벽과 장애물을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창의적인 사고로 이끌었고,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는 분석력과 능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사고, 과학적 사고로의 확장을 일으켰다.

저자는 이 시간이 주입식으로 받은 교육이나, 누군가가 알려준 놀이의 순서, 메이킹의 순서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메이킹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시간을 인정받고, 기다려주는 환경에 노출된다면 아이들은 종이 한 장으로도 다양한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와 스스로 도전해보는 능동적인 사고와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를, 놀이를 기획하고 만들고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경험을 통해 획득할 것이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면서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하나하나 성취해나가는 기쁨을 발견하고, 결과가 어떻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 능력이 생겨가면,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저런 것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사로, '또 사달라고 할 텐데….'라는 걱정이 '집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믿고 기다려준다는 것은 그 아이가 그 기다림의 시간에서 성공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발견하는 시간, 실패든 성공이든 도전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준 어른에 대한 감사, 생각하면서 얻어지는 다양한 방법들, 또 그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등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찾아가는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우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개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아이 중심 사고의 본질적인
방향과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기다림은 동시에 이루어질 때 효과가 크다. (출처 / 픽사베이)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면서, 부모님에게 의지도 했고,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며 다양한 사람과 어우러져 여러 상황을 겪으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면서 성장해 왔다. 필요한 것을 가지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기획하며 도전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 찾아보고, 하라는 공부보다 더 열심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다른 공부에도 열중했었다. 게임을 하면서도 이기기 위해 전략을 써보고 팀과 협업하는 능력을 키웠고, 운동하면서 혼자 싸워 이기는 훈련도 해보았다.

또 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해보기도 했고, 한계가 느껴지면 포기도 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성장했고, 각자의 방법으로 넘어서고, 부딪히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잘 버티며 이겨왔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시간이 올 것이기에 미리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부딪혀서 아프더라도 아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지지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백만 명이 우리 아이가 못 할 것이라 해도, 그 아이에게는 부모 한 사람이 믿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백만 명이 기다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모 한 사람이 기다려주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우리 아이가 비싼 장난감 혹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물건을 분해하여 너무 신나게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다면, 당장은 매우 화가 나겠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보다 소중한 것이었나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닐 것이기에 웃고 넘기자.
그리고 대화해보자.
"우아~우리 oo이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냈어? 멋지구나. 무얼 만들었는지 엄마에게 알려줄래?"
"우리 oo이가 이것을 만들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 다른 것이랑 합쳐서 만들면 어떻게 바뀔까?"
부모님의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존중과 지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치 못하게 터트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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