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떼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입학이 연기되고 학부모님들은 비상이 걸렸다.
매일 삼시 세끼를 아이들을 챙겨주어야 하고, 간식도 아이들의 기호와 영양군의 균형에 맞게 챙겨줘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놀이도 하면서 교육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맞벌이 부부는 더더욱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시댁이나 친정집에 보내거나 맡길 곳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서,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심신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다시 입학할 때, 원의 규칙과 생활에 적응하며 겪을 갈등이다.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어떤 부모님이 고민 상담을 하신다.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충분히 보내면서 정서가 안정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떼가 많아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오히려 엄마나 아빠, 조부모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원래 이 아이가 떼쓰는 행동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심해진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걱정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떼를 쓰는 상황이 생겼을 때, 초기에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사실 떼가 많아지도록 허락된 상황이 많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을 보냈을 때는 부모는 당연히 아이가 떼를 쓸 시간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아이는 원의 규칙과 교사의 지도하에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책임감 있게 행하도록
환경과 체계가 되어있었기에 떼를 써봤자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니 가정에 돌아와서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기존 경험을 회상하며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것인데, 가정에서 오래 있다 보면 떼를 써서 해결이 가능한 환경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안정감으로 인해 아이는 떼를 써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기게 되고 그런 상황이 허용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부모의 눈에는 '문제 생기면 떼쓰는 아이'로 비치게 되고 아이에게는 '떼쓰면 해결해 주는 엄마'로 각인된다.
그렇다면 떼를 썼을 때 어떻게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앞서 15번째부터 17번째까지 칼럼에서 우리는 코칭 커뮤니케이션의 3스텝 대화 스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3 스텝 대화 스킬은 놀이의 시작, 과정, 결과가 유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 기법이라면, 오늘 이야기 나눌 코칭대화 모델인 GROW 모델은 문제상황에서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화 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 해결과 목적 달성을 위해 현실과 이상의 갭을 줄여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GROW 성장 모델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아이들과의 대화에도 적용하여 활용해보자.
GROW 대화 기법은 영국에서 1980년대와 90년대에 알렉산더와 파인, 위트 모어 경이 창시하여 기업 코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위트 모어의 저서인 "수행을 위한 코칭"에서 GROW 모델이 제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GROW의 G는 목표를 뜻하는 Goal, R은 현실을 뜻하는 Reality, O는 선택을 의미하는 Option, W는 실행 의지를 뜻하는 Will, 혹은 결론을 뜻하는 Wrap-up을 축약한 단어들이다.
이 대화 기법의 단계적 프로세스를 갖는 이유는 부모와 아이가 대화할 때, 해결할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중심과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고정적인 틀을 통해 논리적 사고와 단계적 해결 중심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패턴을 형성해 주는 것이며,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돕고 상호 협력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각 단어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1. Goal(목표)
대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신뢰 형성을 필요로 한다. 대화의 주제, 즉 문제상황이나 목표 설정이 추구하는 결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목표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무엇을 위함인지 생각하게 한다.
주제와 목표를 찾는 질문의 예시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1)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니?
2)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 우선순위가 무엇이니?
3) 네가 원하는 것이 어떻게 되길 바라니? 어떤 것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니?
4) 네가 원하는 그것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니?
아이가 무엇을 위해 떼를 쓰며, 그 떼를 쓰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원하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을, 합리적으로 의미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다.
2. Reality(현실 점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황과 원인에 대해 파악하며, 해결을 위한 목표와 현재의 갭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달성되었을 때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정과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되는 전제가 무엇인지 등 현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실을 발견하는 질문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1) 그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너에게 어떤 영향을 주니? 혹은 해결되면 어떤 유익이 있니? 2) 지금 현재 너의 마음은 어떤 상태이니? (10점을 척도로 수치화시켜서 말해볼 수 있도록 하면 객관적 사고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3) 무엇 때문에 이 문제가 일어난 것 같니? 정말 이 문제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 것 같니? (현실적 갭에 대한 본질적 원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준다)
4)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니? (예를 들어 엄마에게 먼저 하고 싶은 이유, 혹은 해야 해는 이유,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 대화를 시도했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다른 것을 찾아보고 알아본 것이 있는지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확인한다)
아이가 원하는 방향과 목적을 듣고, 지금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상황인지, 해줄 수는 있지만, 아이에게 절제할 수 있는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멈추게 한다면 그것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정확하게 현실을 점검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3. Option(대안 탐구)
목표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을 점검한 사항들을 가지고, 어떻게 목표와 현실의 갭을 줄일 수 있을지 가능한 모든 대안을 모색하는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단계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안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다.
대안 탐구를 위한 질문의 예시를 살펴보자.
1)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2) 이 방법 중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3)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4) 만약 이 대안이 혼자 할 수 없거나, 실패할 경우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또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
현실을 점검하고 할 수 있다는 근거하에 어떤 방법이 가장 최적의 효과를 얻을 방법인지를 탐구한다. 여기에는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대안들을 가지고 위의 질문들을 통해 실행할 수 있는 동기부여 가 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다. (대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아이가 대안들을 생각해내고, 찾아보며,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4. Will/Wrap-up(실행 및 결론)
대안을 탐구하여 실행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을 예상되는 장애 요소(변수)를 적어보고 그에 대한 극복 방안을 탐색해본다. 그리고 그런데도 실행에 대한 자신과의 합의와 의지를 다지면서, 실행해보며 실행 후의 배운 것을 정리하고, 이러한 대화를 통해 얻어낸 해결 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한다.
실행 의지와 결론을 맺는 단계를 위한 질문의 예시를 보자.
1) 구체적으로 지금 당장, 혹은 이번 주, 이번 달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니? 계획을 세워보자.
2) 해결할 때(실행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러면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니?
3) 내가 도와줄 것이 있다면 무엇이니? 가장 먼저는 네가 스스로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할 수 없는 일에 관해 이야기해주렴.
4) 오늘 이 대화를 통해서 하기로 한 것, 또 할 수 없을 때 준비할 것, 앞으로 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그리고 어땠는지 느낌을 이야기 나눠보자. 이때는 부모의 느낀 점을 먼저 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 "오늘 엄마는 우리 oo이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떼쓰지 않고 무엇을 위해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이야기해 줘서 고마웠어. 또 스스로 할 것과 엄마가 도와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 주어 엄마는 떼쓰지 않고도 우리 oo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특했어. 고맙고, 사랑해.")
이 GROW 대화 기법은 서로가 신뢰하는 관계일 때 더욱 시너지가 높게 일어난다. 즉 라포(친밀감) 형성이 된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있으며 혹 라포 형성이 덜 되었다 하더라도 이 대화를 통해 특별한 관계로 라포르 형성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화라는 것은 서로가 소통하면서 이루어 내는 결과가 반드시 존재하며, 그 대화의 끝이 어떤 것으로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상대의 인성과 품격, 중심이 평가된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문제와 의미 없이 고집부리는 상황을 야기했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아이 스스로 그 문제가 어려운 것이 아님을 인식시켜 주며 방향을 해결 중심으로, 긍정적으로, 진취적으로 설정해주어 실행 가능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진행한다면 처음은 힘들겠지만, 지속적인 성장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시작부터 결과를 예측하면서 자신을 조절해나가는 자기 조절 능력과 더불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제해결능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아이였던 시기를 거쳤으면서도 우리는 다시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모두 이해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어떤 문제나 사건, 상황에서 화가 나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지금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전에 아이였을 때 해결 못 해 힘들었던 시간이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져 어린 시절이 생각나지 않으니 지금의 내 앞에 있는 아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여러 문제 앞에서 욱하고 올라와 욕을 하는 것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근거를 대고 상황을 정리하며 해결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사람과 연합하여 방법을 모색해서 해결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과정을 겪어왔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우리는 떼써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미래지향적인 대화,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제 해결 중심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만나는 사람과 닥치는 여러 상황들 속에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의 대화가 감정적이고, 사람의 천성적 기질을 탓하는 대화, 문제나 상황 자체를 보고 판단하며 즉흥적인 선택을 하는 대화가 된다면 결국 자신도 다치고 아이도 상처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아이 또한 그런 대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지속적이고 중복되는 문제, 다양한 상황으로 여러 갈등 요소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 글을 보며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멋진 부모님들이 먼저 성장하는 GROW 대화를 아이와 시작해보자.
누가 대화를 어떻게 시작했느냐에 초점을 두지 말고, 그 대화의 시작과 이루고자 하는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고 서로가 함께 해결해나가는 대화의 결론에 초점을 두자.
만남의 시작보다 만남의 마무리가 더 중요하듯이 대화의 시작이 어떠하였든, 서로 긍정적인 결론과 가능성 있는 실천으로, 지속되고 성장하는 대화의 마무리를 짓는다면 아이의 눈에 우리 부모님은 그 어떤 누구보다 훌륭한 대화의 품격을 가진 멘토가 되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