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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延유수현 에세이] 진시황과 인연이 있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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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延유수현 에세이] 진시황과 인연이 있는 제주도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3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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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불로장생의 꿈을 제주도에서 이룰 수 있다?
서귀포 지명의 유래는?

필자가 통번역사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 중 하나가 공짜로 많이 배울 수 있어서이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우리는 돈을 내야 한다. 대학교를 다녀도 등록금을 내야 하고, 학원을 다녀도 학원비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통번역사이기 때문에, 통번역을 할 때 통번역비도 받으면서 공짜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통번역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출처/픽사베이)
▲통번역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출처/픽사베이)

또한 남들이 볼 수 없는 극비문서도 통번역사에게는 업무 특성상 공개해야 하니, 남들이 모르는 소식도 알 수 있다는 우월감에(?) 가끔은 어깨가 으쓱하기도 한다. 물론 통번역사의 윤리강령대로 그 비밀은 평생 지켜야 하지만 말이다. 통번역을 통해 이처럼 다양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이야기도 필자가 통역하면서 공짜로 얻게 된 주옥같은 지식이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국제회의 통역사로 살다 보니 정부 간의 회의 통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통역 경험상, 한중 정부 간 회의의 경우, 주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먼저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작은 것이라도 고대부터 인연이 있었던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 번은 필자가 우리나라 제주도와 중국의 하이난 정부 간의 우호증진 교류 통역을 맡은 적이 있었다.

진시황과 인연이 있는 제주도 (출처/픽사베이)
▲진시황과 인연이 있는 제주도 (출처/픽사베이)

제주도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면서 비자도 면제되는 곳으로 필자는 한중 수교 이후부터 중국과의 인연이 시작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통역을 하면서 제주도가 고대 진시황 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중국 대표님께서 주제발표를 하셨는데 제주도의 서귀포와 관련된 이야기로 운을 떼셨다. 그 이야기를 필자가 직접 통역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대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한 후, 중앙집권체제 구축을 위해 밤낮으로 일만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바쳐 통일의 대업을 달성했는데, 만약 나라를 제대로 못 다스려 다시 사분오열 된다면 어떻겠는가? 따라서 진시황은 모든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하는 데 열을 올렸다.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 일군 나라이니 욕심 또한 얼마나 많았겠는가? 최고의 권력자로 우뚝 선 진시황은 아마도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영원히 누리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이때 마침 진시황의 이러한 욕망을 채워줄 사람이 나타났다.

진시황의 모습(출처/바이두)
▲진시황의 모습 (출처/바이두)

당대 방사(方士: 고대에 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을 가리킴)인 서복(徐福 또는 서불(徐市)이라고도 함)이 진시황에게 자신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영약을 구할 수 있다고 상소하자, 이에 귀가 솔깃해진 진시황은 서복에게 3000명이나 되는 선남선녀를 내려주면서 불로초를 구해올 것을 명했다. 서복은 이들을 데리고 떠나 고생 끝에 영주산에 당도했는데, 이 영주산이 바로 제주도 한라산의 옛 지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복은 한라산에서 영지버섯, 금광초 등을 발견한 후 이를 불로초로 여겨 채집해 가지고 떠나면서 ‘서복이 이곳을 지나가다’라고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한자로는 ‘徐市過之’라고 하는데, 정방폭포 암벽에 새겨져 있다고 하니, 제주도로 여행 갈 때 한 번 찾아봐도 될 듯하다. 또한 이때 '서복이 정방폭포에서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라고 해 서귀포란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서복 전시관(출처/서복전시관 홈페이지)
▲서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 서복전시관도 세웠다. (출처/서복전시관 홈페이지)

중국 대표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서복의 이야기를 끝낸 후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한중 양국은 고대부터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만큼, 양국의 귀한 인연을 더욱 발전시켜 우호교류를 지속적으로 하자며 마무리를 지으셨다.

 

필자가 통역하면서 ‘중국 대표님의 지식이 정말 해박하시구나’라고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필자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지명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도리어 외국인을 통해 듣게 되었으니 지금까지 '나는 대체 뭘 공부했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러면서 하나씩 배우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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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 2020-05-13 12:07:10
역시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일을 하시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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