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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와인&클래식 에세이] 문화예술의 융복합, 음악으로 시를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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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와인&클래식 에세이] 문화예술의 융복합, 음악으로 시를쓰다.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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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시를 쓴 후고 볼프.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가 되면서, 많은 직업군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 사업들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직업군이 예술가인지라 보이는 건 문화예술 분야가 많은데, 확실히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은 문화예술의 융복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워낙 새로운 많은 복합 예술이 창조되었지만, 갈수록 또 다른 융합(融合)과 또 다른 복합(複合),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며, 그렇게 또 하나의 장르를 탄생 시킨다.

사실 문화예술에서 융합과 복합은 아주 오랜 예술사에서부터 함께 해 오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서로 그것을 구분 짓고, 다르다는 것을 당연한 듯 인식하고 있던 건 아닐까.

공간 디자인/사진 박보미
▲ 문화예술에서 융합과 복합은 아주 오랜 예술사에서부터 함께 해 오고 있었다. 공간 디자인(사진=박보미)

음악으로 시(詩)를 쓴 볼프(Hugo Philipp Jakob Wolf) 1860년 - 1903년

보통 ‘가곡(Lied)의 왕’,‘가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작곡가가 있다면,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가 단연 제일 먼저 떠오른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 불리어질 만큼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남기고, 시의 분위기 또한 음악적으로 실감나게 표현한 위대한 작곡가임에 분명하다. 슈베르트에게서 서정적인 선율의 사용과 시의 내용에 대해 피아노 반주로 표현하는 방법을 영향 받았고, 슈만에게서는 시에 충실한 음악적 표현을 영향받은 볼프의 음악은 독일 가곡의 모든 가능성을 집약한 가사와 음악의 종합체를 이루어냈다.
 
그의 가곡은 시와 음악의 융합이라는 관점을 떠나서는 그 진가를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볼프의 시에 대한 집착은 가사를 선택함에 있어 누구보다 까다로웠다. 또한 피아노 반주부의 취급은 더욱 폭넓어져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곡이 기타 반주에 의한 곡이라면 그에 비해 볼프의 가곡은 교향곡적 양식의 가곡이라 부를만한 폭넓은 반주가 나타난다.

볼프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는 바그너이다. 볼프는 바그너의 화성에 극한적(極限的)인 기능화와 그것에 의해 표현되는 로맨티시즘(romanticism)의 드라마를 계승하여 그의 가곡세계를 전개시켜 나갔다.

볼프는 그의 모음집 제목에 자신의 이름보다 시인의 이름을 중요시하였고, 일정한 시기에 한 시인의 시에 집중하였다. 또한 다른 작곡가에게서 사용된 시를 꺼려하였고, 명시 선집, 번역시, 추억, 존경의 시를 선택하였다. 또한 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리듬 효과를 통해 명백하게 구사하였다. 특히 볼프 가곡의 독창적인 낭송법(Decalmation)은 바그너가 음악극에 도입한 낭송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가사의 내용에 충실하면서, 그 뜻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반주부의 특징으로는 전주, 간주, 후주 역할이 확대되었고, 화성적 기법은 표정이 풍부한 강렬함을 창조하기 위해 반음계와 불협화음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반면 장조와 단조의 영향으로 각각 기쁨과 슬픔을 말하고 전조등을 통한 곡의 색채를 표현하였다. 볼프의 악상 표현을 보면 섬세한 면과 또 반대로 fff나 ppp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도 사용하였다.

볼프는 1860년 슬로베니아의 빈디슈그레츠(Windschgarz)에서 독일계 아버지와 이탈리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볼프의 아버지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하프 등을 독학 할 정도의 음악 애호가로써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음악적 재능은 아버지의 영향과 교육으로 뛰어나다 치지만, 시적인 감성과 표현은, 사실, 성적 불량과 교사에 대한 반항으로 한 학기만을 다니고 떠나고,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할 때 그의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여러 학교를 전전했던 것을 상상해 보면 어떻게 그런 풍부하고, 색채감이 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아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볼프의 삶이 그리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1878년 낭만적 사랑을 담은 하이네, 레나우의 시에 의한 20곡의 가곡을 매일 1곡 내지 2곡씩 작곡했지만, 출판업자를 찾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침체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즈음 고향집에 불이 나 부모님에게 학비를 얻어 쓰기도 불가능해 겨우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것도 잠시 1879년 사랑하는 여인과 서로의 빈곤과 불행 때문에 이별까지 하였다. 이때 작곡한 작품 아이헨도르프 시에 곡을 붙인 ‘기다림(Erwartung)'과 ’밤(Die Nacht)'이다.

Hugo Wolf / 출처 위키백과
▲Hugo Wolf (출처/ 위키백과)

볼프의 친구들은 빈의 청중들에게 그의 가곡을 소개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했는데 주로 당시 유명 성악가인 야거(Jager)가 늘 맡아 노래하였다. 198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괴테의 시에 의한 51곡의 가곡을 만들었고, 1889년 가을부터 하이네와 가이벨의 독일어 번역에 의한 스페인 시집에서 스페인 가곡집 44곡이 만들어졌다. 1890년 6월에는 겔러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시에 ‘옛 노래’를 작곡하였고 그 해 가을부터 하이네의 번역으로 이탈리아 가곡집을 쓰기 시작하여 단번에 15곡을 썼다.  이 시기에 쓴 볼프의 서간에는 음악으로부터 버림받은 작곡가의 비통한 고민이 고백되어 있다.
 
그 후 약 2년간의 괴로움과 절망적인 실의의 기간을 거쳐 다시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1895년 7월에 ‘원님(Der Corregidor)'이라는 오페라가 완성되었고 이와 병행하여 1896년 ’이탈리아 가곡집 제2권‘을 작곡하였다. 오페라 ’원님‘은 1896년 만하임에서 초연 되었는데, 여러 분제로 인하여 공연은 2회로 중단되었다. 그 후 최후의 가곡이 된 미켈란젤로 시에 의한 3개의 노래를 작곡하였는데 이는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리고 새 오페라 ‘마누엘 베네가스’ 1막을 반쯤 썼을 때 그는 정신의 평형을 잃어 빈 광인 보호소에 수용되었다가 4개월 후 건강이 회복되었지만, 다시 증세가 재발되고 악화되어 1903년 2웡 22일 정신 이상으로 생을 마치게 되었다. 볼프가 그렇게 극단적인 음악의 변화로 표현을 준 것이 어쩌면 그의 평탄치 않았던 내면이 표현된 것 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Wolf의 ‘뫼리케 시에 의한 가곡집’

볼프의 6개의 주요 가곡집 중 가장 먼저 작곡된 가곡집으로 주로 향토성과 목가적이며, 난해하지도 저속하지도 않은 소박한 시에 곡을 썼다. 이 53편의 시들은 주제로나 조성으로나 전혀 연관성이 없었고 볼프는 단순히 자신의 내재되어 있던 감정들에 부응하며 작곡해 갔다. 새벽, 황혼, 밤 등의 자연적인 것에서부터 요정, 귀신 등의 초자연적인 것까지 뫼리케는 시는 볼프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주제를 제공했고, 그 결과 종교적, 서정적, 설화적, 헌신적, 웅변적, 심지어 코믹한 노래들까지 다양한 곡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종교적인 내용의 곡으로는 ‘예수 그림에 부쳐(Auf ein altes Bild). 잠자는 아기 예수(Schl\afendes Jesuskind), 수난주간(Karwoche), 새해에(Zum Neuen Jahr), 기도(Gebet), 탄식(Seufzer) 등이 있고, 설화적인 가곡으로는 요정의 노래(Elfenlied), 불의 기사(Der Feuerreiter), 물의 요정 빈제푸스(Nixe Binsefuss)등이 있다. 이외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 한 곡으로는  봄이다(Er ist's), 봄에(Im Fruhling) 등이 있으며 유머러스한 풍자를 담은 곡으로는 어느 혼례에서(Bei einer Traung), 작별(Abschied)이 있다.

뫼리케 가곡집 중 43곡은 비엔나 근교 친구의 별장에서 작곡되었는데 그는 새벽 5시에 기상해 밤까지 간단한 식사와 산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이 뫼리케 시에 바쳤다.

 

칠레 콘차이토로 와이너리 알바비바 레드와인/사진 박보미
▲칠레 콘차이토로 와이너리 알바비바 레드와인(사진=박보미)

봄을 만끽하지 못한 탓인지, 분명 여름이 금방 올 듯한데, 가을에 생각나는 가곡이 더 많이 떠오르고, 부드럽게 입안 가득 깊게 퍼지는 레드와인 한 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기분탓일까, 시의 영향일까? 예전에 처음으로 마셔보고, 다시는 입에도 대지 않는 칠레 콘차이토르 와이너리의 '알마비바'의 그때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은 날이다. 와인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그냥 마셨는데, 그간 마셨던 와인과 다르게 입안 전체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가볍지 않은 달콤했던 깊은 그 맛이 와인을 마시고, 처음으로 겪어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온 몸으로 느껴진 행복함이라, 그 처음의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그 뒤로 기회가 있어도 두 번 다시 마시지 않았는데, 볼프의 곡을 생각하니, 문득 너무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볍지 않은 오랜 여운이 있던 '알마비바'가 떠올랐다.

현재 진행되는, 진행될 예술 지원 사업들이 후에 성행을 한다면, 후에 그 작품들을 보게 된다면, 그땐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2020년 상반기를 추억할지도 모르니, 오늘도 즐겁게 지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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