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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부부의세계'에만 존재하는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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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부부의세계'에만 존재하는 와인들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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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속 등장하는 모든 와인은 실존하지 않는 와인이다?
- 제작진이 연출한 재미있는 조합이 만들어 낸 와인들

 

▲ 김희애가 극 중에서 와인을 병째 마시며 일명 '병나발' 와인으로 이슈가 된 장면 (출처/ JTBC '부부의 세계')
방송캡처▲ 김희애가 극 중에서 와인을 병째 마시며 일명 '병나발' 와인으로 이슈가 된 장면 (출처/ JTBC '부부의 세계' 방송캡처)

작년 한 해, 큰 이슈가 되었던 ‘스카이캐슬’을 앞지르며 종편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부부의 세계’. 처음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했을 때는 불륜이라는 식상한 소재에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아마 이 드라마에서 ‘새로움’에 대한 큰 기대를 갖는 시청자는 내가 느끼는 것만큼이나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짤막하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자극적인 예고편은 분명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채널을 바꾸던 중에 잠시 시청하게 된 것을 계기로 1화부터 약 10여화를 하루 만에 정주행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불륜을 소재로 한 다른 드라마에서 남편의 외도의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와이프가 바보가 됐었는지, 시청자들에게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소재가 바로 불륜 이였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드라마의 시작부터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미행하며 결국 확실한 물증까지 잡아낸다. 많은 인기 요인 중 빠른 이야기 전개도 한몫을 할 것이다.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아직 미혼인 나에게는 받아들이기에 모순적이고 충격적인 부분들이 없지 않았는데 오히려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부분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식상한 소재인 ‘불륜’을 현실적인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담아낸 것 또한,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이슈가 되는 드라마들은 주인공들의 패션 아이템을 비롯해 PPL 광고가 되는 상품들이 큰 관심을 받기 마련인데 부부의 세계 역시, 주연인 김희애와 다경 역으로 출연한 한소희가 착용했던 다양한 아이템들과 헤어, 메이크업까지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다른 흥행 드라마에서 보다 부부의 세계에서 유독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바로, ‘와인’ 이었다. 이야기 배경이 상류층인 탓에 파티장, 식사 자리, 모임에서의 선물 등으로 매회 와인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와인권장 드라마’ 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와인들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보니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하는 드라마기도 했다. 

특히, 8화에서 김희애가 특정 와인을 병나발 불면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부부의 세계에 등장하는 그 다양한 와인들은 도대체 어떤 와인들일까?

 

▲ 부부의세계 8화, 마트에서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김희애 (출처/ JTBC '부부의 세계' 방송캡처)
▲ 부부의세계 8화, 마트에서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김희애 (출처/ JTBC '부부의 세계')
▲ 부부의세계 8화, 마트에서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김희애 (출처/ JTBC '부부의 세계'방송캡처)

8화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김희애는 와인에 크게 의존한다. 장을 보러 간 마트의 와인코너에서 벽에 진열되어 있는 4병 정도의 와인을 카트에 쏟아 넣듯이 담는다. 그런데, 마트에 진열된 와인들이 많이 낯익다. 뵈브 클리코, 로랑 페리에 등의 대표 샴페인과 와인 코너 앞에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공식 와인들도 진열되어 있다. 

드라마 속에 또 다른 드라마 와인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큰 재미로 와닿았는데 모르기는 몰라도 와인을 아는 이들은 그들끼리 공유할 작은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김희애는 집에 와 혼자 이 와인을 병째로 들이켜는데 가장 화제가 되었던 ‘병나발 와인’이 이때 만들어졌다. 

 

▲ 부부의세계 와인으로 큰 인기를 끈 '샤또 메종 블랑쉐 Chateau Maison Blanche' (출처/ maison Bouey 홈페이지)
▲ 부부의세계 와인으로 큰 인기를 끈 '샤또 메종 블랑쉐 Chateau Maison Blanche' (출처/ maison Bouey 홈페이지)

그런데 이 와인, 분명 내가 아는 와인인데 내가 아는 와인이 아니었다. 와인 레이블은 와인 강의에서도 시음 와인으로 자주 사용하던 보르도의 ‘샤또 메종 블랑쉐’ 의 것은 분명한데 그 이름 밑으로 다른 와인의 이름이 또 적혀 있는 것이었다. 메종 블랑쉐 이름 밑으로 적힌 이름은 메종 블랑쉐 보다도 더 유명하고 가격대도 높은 프리미엄 와인 중 하나로 바로 같은 보르도의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였다. 

맞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속 와인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와인이다. 

 

▲ '샤또 메종 블랑쉐' 이름 밑에 적힌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Chateau Leoville Poyferre' 와인 (출처/ 와인 서처)
▲ '샤또 메종 블랑쉐' 이름 밑에 적힌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Chateau Leoville Poyferre' 와인 (출처/ 와인 서처)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는 보르도 내 메독 지역의 생 줄리앙의 2등급 와인이고 ‘샤또 메종 블랑쉐’는 크뤼 부르주아 등급으로 그 등급에서도 큰 차이가 있는 와인이다. 또한, 와인병 입구를 둘러싼 캡실 (포일) 또한 두 개의 와인 중 어느 것의 캡실도 아니였다. 

아마도 제작진 측에서 전혀 다른 와인에 두개의 와인 이름을 섞어 만든 레이블을 출력하여 붙였을 거라 추측해본다. 이 두 와인 중 이름이 더 크게 적힌 ‘샤또 메종 블랑쉐’가 더 크게 주목받으며 국내 와인숍에 문의가 폭주했다. 실제로 와인숍에서도 부부의 세계 와인이라며 판매하여 숍 자체의 홍보에도 큰 몫을 했다. 

메종 블랑쉐는 메를로 품종을 주로 하여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등이 블렌딩된 와인으로 부드럽고 과일, 향신료 향이 제법 느껴지는 2~3만 원대의 괜찮은 데일리 와인이다. 실제로 김희애가 잠이 오지 않는 매일 밤 마시기에 꽤 적합한 와인이라고 생각된다. 해당 와인을 수입하는 국내 수입사 ‘비노 파라다이스’에서는 이미 와인이 품절이라고 하니 그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애청자들이 마지막 편인 줄 알았다는 이태오의 외도가 밝혀지는 5화에서 김희애가 불륜녀인 여다경의 집을 찾아가며 들고 가는 와인,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에게 휘두른 와인까지 모두 세상에 없는 와인이라는 것이 시청자들에겐 엄청난 반전으로 다가올 것 같다. 

5화에서 김희애가 여다경의 집에 들고 간 와인에는 193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어떤 시청자가 “저 와인은 어떤 와인인가요? 1933년산 와인이던데, 비싸겠죠?” 라고 문의한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1865라는 이름을 가진 칠레산 와인을 보고 1865년 빈티지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서 미소가 지어졌다.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데일리급 와인 레이블에 1970~1980년대 이전의 레이블이 붙어있다면 보통은 와이너리 설립연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두면 혼동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실제로는 살 수 없는 드라마 속의 와인들에 실망했다면 와인만큼 눈길을 끌었던 와인잔, 체코 보헤미아 크리스털렉스의 ‘지젤 쯔비벨’ 은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부부의세계 5화에서 여다경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 장면 (출처/ JTBC '부부의세계')
▲ '지제 쯔비벨' 와인잔이 등장하는 부부의세계 5화, 여다경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 장면 (출처/ JTBC '부부의세계')

앞에서 언급했던 ‘샤또 메종 블랑쉐’를 카트에 가득 담아 와인코너를 나서던 김희애와 마주친 최 회장의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벌써 이렇게 무너지면 재미없잖아요?” 

비단 김희애뿐만 아니라 힘들 때 술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힘들고 아플 때는 오히려 술을 마시지 말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술은 좋지 않은 기억을 잠시 망각하게 해줄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한없이 기분을 더 구렁텅이에 빠뜨려 버리기도 한다. 특히, 이별 후에 다음날 이불킥을 하고 싶지 않다면 연인에게 술김에 연락을 하는 것은 절대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부부의 세계는 드라마에서 와인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지만 맨정신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드라마인 듯하다. 드라마를 보며 진한 레드 와인 한잔을 곁들인다면 그 재미를 배로 만들어 줄 것이다. 끝으로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김희애가 슬퍼서도, 잠을 못 이뤄서도 아닌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와인 한 잔을 하는 장면도 등장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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