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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브루나이,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이슬람 왕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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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브루나이,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이슬람 왕국 2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6.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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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
-과대포장된 브루나이 복지

 

현대식 수상 가옥으로 이뤄진 '캄퐁 아에르'(사진=권동환 여행작가)
▲현대식 수상 가옥으로 이뤄진 '캄퐁 아에르'(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길거리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 덕분에 편히 도착한 목적지는 브루나이 강의 작은 선착장이었다. 선착장을 찾은 이유는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캄퐁 아레르’를 가기 위해서였다. ‘캄퐁 아레르’는 월세 30만 원이면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고 알려진 브루나이 전통 수상 가옥이다. 한때 브루나이 인구 절반이 살았을 만큼 거대했던 이곳은 예전보다 조용한 마을이 되었다. 정부의 신도심 이주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소중한 삶터가 분명했다. 학교, 소방서, 주유소, 시장, 모스크, 경찰서는 물론 전기와 인터넷 그리고 상수도 시설까지 모든 게 설비되어 있어서 불편함 없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캄퐁 아에르'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보트(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캄퐁 아에르'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보트(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구역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기 위해 피부가 그을어진 사내의 손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보트를 타고 또 다른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다. 물 위의 집들을 이어주는 다리에서 흡연을 하는 사내를 만났기 때문이다.  분명히 브루나이는 2005년부터 담배 유통은 물론 공공장소와 자동차 그리고 건물 6m 이내에서 흡연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멀찍이서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봤다.

노후화된 수상 가옥들이 밀집한 '캄퐁 아에르'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노후화된 수상 가옥들이 밀집한 '캄퐁 아에르'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그렇지만 여유롭게 흡연을 하며 관광객에게 목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찰 앞에만 흡연을 하지 않으면 모두가 쉬쉬해주는 분위기이며 발각되더라도 태형이 아닌 벌금이 전부였기에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흡한 처벌은 흡연뿐만이 아니었다. 주류에 대한 금지법이 있음에도 원가 10배 가격으로 암거래를 하거나 국경을 마주한 말레이시아로 음주를 위해 주말여행을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슬람 관습법인 '샤리아'를 통한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불법을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착각이었다.

가동야시장의 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가동야시장의 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을 구경한 뒤 찾아간 곳은 ‘가동 야시장’이었다. ‘동남아 여행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야시장은 이색적인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현지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다. 하지만 기대를 품고 찾아간 야시장의 풍경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최근 옹기종기 모여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과 위생청결을 위해 국왕이 새롭게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야시장 본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지만 친근한 다코야키부터 각종 꼬치구이 그리고 볶음국수까지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부분만큼은 야시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브루나이의 노을(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브루나이의 노을(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볶음국수를 먹기 위해 테이블을 찾던 와중 젊은 남자들이 모여 앉아있는 자리에 합석을 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야?”

자신들을 브루나이대학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그들은 비교적 피부가 하얀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계속 말을 걸었다.(브루나이대학교는 브루나이에 단 하나밖에 없는 대학교이다)

나 역시 브루나이에 대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많았기에 뜻밖의 대화가 반갑기만 했다. 한국과 브루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와중 마침 학생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떠올랐다. 바로 교육복지였다. 정말 학비전액 면제와 유학 지원을 해주는지 알고 싶었다. 아쉽게도 하나는 옳고 하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모든 교육에 대한 무료 지원과 브루나이달러를 기준으로 중학생은 $58, 대학생은 $358의 용돈과 책값으로 학기마다 $300씩 지급한다고 했다. 유학 지원에 대해서도 유학비와 더불어 최소 $500~800의 용돈을 받을 수 있지만 0.1%의 인재만 가능하기에 일반 학생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브루나이 달러는 싱가포르 달러와 1:1로 통용된다)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의 야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의 야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전 국민에게 $1000씩 나눠주는 세뱃돈의 이야기도 과장된 사실이었다.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 그리고 인종을 떠나 브루나이에 거주하고 있는 고아들에게 선별적으로 용돈을 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전 국민들이 매년 새해에 받는 선물은 국왕의 얼굴이 새겨진 컵이 전부였다.

한국에 알려진 것과 비교했을 때 과대 포장된 사실 혹은 전혀 다른 사실들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게 된 배경은 통제된 브루나이의 언론이 크게 한몫한 것 같다. 브루나이에서는 왕실모독금지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언론은 브루나이의 실상을 공론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커져간 ‘환상의 나라’의 소문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왜곡된 정보는 어느새 진실로 둔갑하였던 것이다. 브루나이는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기 가까운 여행지가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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