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안전 안내 문자가 울린다. 외출 자제 및 모임·행사 금지 내용이다. 이러한 질병에 대한 대응과 실천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따라 외식 기피 문화가 이어지면서 외식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그로 인해, 와인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직접 대면하여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업장이 가장 큰 피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업장의 위기가 지금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다른 부분도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필자는 ‘비스트로(Bistro)’ 어원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랑스 거리에는 ‘비스트로’가 참 많다. 비스트로란 러시아 말로 ‘빨리빨리’라는 뜻이다. 역사를 보면 어원을 알 수 있다. 1814년 나폴레옹을 몰락시킨 러시아 군인들이 프랑스 식당에 들어가서 ‘비스트로, 비스트로’라고 외치면서 먹을 것을 재촉하였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신속하고 간단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제공하는 곳으로 통한다. 코스요리 중심의 정찬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
또한, 좁은 테이블 위에는 투박하고 다리가 짧은 작은 와인 잔과 소박한 음식이 놓여 있으며 무엇보다도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있다.
우리는 투명하고 맑은 크리스털로 만든 특정 브랜드 와인 잔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곳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의 비스트로는 특별함이 강조된 곳이 많다.

고급 식자재를 사용하여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이 제공되고, 수많은 종류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명한 셰프가 목이 좋은 곳에 오픈한 곳도 많다. 또한, 전문 소믈리에가 추천 와인에 관한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고 그 와인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잔이 비워질 것 같으면 첨잔을 해주기도 한다. 어떤 곳은 고가의 소품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비스트로는 와인을 마시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아직도 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이 프레임에 갇혀 본질을 보지 못하여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었으며, 나아가서 현시점에 고스란히 업장(비스트로)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에서만 식품위생업소 4,000곳이 넘게 문을 닫았다. 폐업하거나 영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수치를 보면, 얼마나 많은 업장(비스트로)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처음 겪어본 질병 감염 우려로 인한 외식 기피문화도 문제지만, 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 받아들인 비스트로 자체라고 본다. 러시아 말로 ‘빨리빨리’라는 뜻의 비스트로는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도 신속하고 특색 있는 소박한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였다.
그로 인해, 실용적인 측면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비스트로(Bistro)’ 어원에 걸맞은 모습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