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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한 레바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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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한 레바논 (2)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8.03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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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국가
-난민들의 터전
-웰컴 투 레바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거리(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거리(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금요일이 휴일인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레바논의 휴일은 일요일이다. 맑은 하늘에도 불구하고 휴일의 아침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분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지만 금세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무장한 군인이 골목마다 몸과 가방을 수색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무서운 상황의 시작점은 종교로부터 출발했다.

골목마다 있는 군인들의 초소(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골목마다 있는 군인들의 초소(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레바논은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1975년부터 10여 년간 내전을 겪은 다종교 국가이다.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국회부의장과 부총리는 정교회, 군 사령관은 드루즈파 등 권력 안배를 위해 각각 맡은 임무에 따라 정치인들의 종교는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치적 혼란을 일으켰고 그것은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져갔다. 그러한 결과는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이었다. 반미 정서가 있는 레바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를 선호하는 레바논인들의 성향은 권력 다툼이란 배경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난민들의 터진(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난민들의 터진(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 주택난 그리고 전력난이 있는 레바논의 문제점은 상당했다. 시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도시의 낙후화는 심해져 갔고 지중해를 맞닿은 해안가는 쓰레기로 가득했다. 심지어 집도 아닌 조그마한 콘크리트 건물 틈새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서 건너온 난민들이었다. 레바논은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이 사는 나라라고 한다.

희망을 품고 매일을 살아가는 레바논의 사람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희망을 품고 매일을 살아가는 레바논의 사람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잠시지만 난민들의 터전을 본 뒤 충격에 빠진 채 베이루트의 시내로 다시 돌아왔을 무렵은 점심시간이었다. 장사를 하기 위해 가게 셔터를 올리는 사람들, 차곡차곡 공사를 진행하는 인부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 등 아침과 달리 다양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마주쳤다. 예배를 올리기 위해 모두가 노동을 쉴 이란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웰컴 투 레바논'을 외치던 사내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웰컴 투 레바논'을 외치던 사내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구약 성경에서 레바논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현재는 아름다운 땅이 아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잃어버린 낙원’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위험 속에서 굳건히 살아가는 레바논 주민들의 일상은 나름 긍정적이었다. 미소를 잃지 않고 “웰컴 투 레바논”을 외치며 이방인을 반겨주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돈을 갈취해갔던 어제의 택시 기사가 떠올랐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살아가려는 노력이겠지. 그런 거겠지."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다시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레바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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