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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인스타그램에서만 화려한 연애를 하는 쇼윈도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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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인스타그램에서만 화려한 연애를 하는 쇼윈도 커플
  • 이창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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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러울수록 SNS를 더욱더 화려하게 꾸미려는 반동 심리

민수는 여자 친구와 공동으로 SNS 계정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민수가 보여준 커플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은 무척 화려했다. 마치 잡지나 연예인의 화보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데이트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거의 매일 업로드하면서 수많은 팔로워들의 추천을 받고 있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민수와 여자 친구의 모습은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민수의 속마음은 화려한 겉모습과 사뭇 달랐다.
“우리는 사진에서만 커플이에요. 사진을 찍고 나면 마치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사진 찍을 때 아니면 대화도 잘 안 해요. 서로 스마트폰만 바라봐요. 보여주기식 연애 말고 진짜 마음으로 하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희정은 남자친구의 연애 방식에 불만이 많다.
“아니, 애는 사진만 찍으려고 해요. 제가 연애를 하는 것인지, 촬영 보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데이트할 때도 항상 사진만 찍고, 여행을 가도 사진만 찍어요. 더 기분이 안 좋은 건,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을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희정이 이런 불만을 남자친구에게 말했더니 이런 대답을 들었단다.
“남는 건 사진뿐이야. 내가 예쁘게 찍어 주잖아. 그리고 이번에 찍은 우리 사진에 좋아요가 벌써 100개가 넘었어!”
연애 초반, 희정은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SNS에서 관심받을 목적으로 연애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번 상담을 마치면서 오래전 나의 대학 생활이 생각났다. 그 당시 난 열성적으로 사진 동호회 활동을 했다. 찰칵거리며 기계적인 소리가 나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에 심취하여, 충무로에 위치한 전문점에서 필름까지 현상해 가면서 사진 촬영을 했었다. 사진 한 컷이라도 더 잘 찍어보기 위해서 열정을 다했었다.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없다.  (출처 : Pixabay)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없다. (출처 / Pixabay)

새해를 맞아 해돋이 촬영을 간 적이 있었다. 이른 새벽에 산 정상에 올라서, 촬영 준비를 마치고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는 중년의 부부가 서로 포옹을 한 채로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해돋이를 보는데 카메라도 없이 오다니.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올 텐데...’
해돋이가 시작되고 평생 잊지 못할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중년의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새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가슴속에 멋진 풍경과 추억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부부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최고의 순간은 필름이 아니라 가슴에 담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남에게 보이는 화려한 사진 한 장 때문에 더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애인이나 가족은 저 멀리 두고 큼지막한 카메라로 이리저리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이 이제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쇼윈도 커플 혹은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표출된 결과이기도 하다. SNS에서는 화려한 명품과 고급차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현실은 대출과 카드빚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있다. 협찬받거나 빌린 물건이나 집을 마치 본인의 것인 양 SNS에 뽐내면서 인기를 얻는 사람도 있다. 여유롭고 화려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하니 SNS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낮다는 방증이다.

자신의 현실이 비관적일수록 SNS를 더욱더 화려하게 꾸미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SNS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로망의 반영이다. (출처 : Pixabay)
▲자신의 현실이 비관적일수록 SNS를 더욱더 화려하게 꾸미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SNS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로망의 반영이다. (출처 / Pixabay)

여유롭고,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의 SNS를 살펴보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보다 연인의 마음속에 있는 ‘좋아요’에 더 신경 써보자. 타인의 시선은 잠시 내려놓고 연인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느껴보자. 연인과 함께 교감할 때 뭉클하게 솟아나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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