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는 스킨십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같이 걸어가면서 껴안고 뽀뽀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남친은 그런 게 부담스럽데요.”
희정은 어려서부터 스킨십을 좋아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거리낌 없이 친구와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해왔다. 그래서 희정은 남자친구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을 했단다. 희정은 연인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남친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민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스킨십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민수를 밀쳐내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민수는 이런 여자친구에 대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너무 스킨십을 안 하려고 해서 제가 진지하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스킨십 안 하고 사귀면 안 되냐며, 오히려 제가 너무 들이대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해요. 너무 답답해요.”
우리는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사용한다. 대화, 유머, 표정, 제스처, 행동, 스킨십 등의 도구가 대표적이다. 친구를 사귈 때 대화나 말같이 언어적인 도구만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스처나 스킨십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심리 스펙트럼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심리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심리 스펙트럼에 따라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스킨십에 대한 심리 스펙트럼도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연애 초기부터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라포르가 충분히 형성될 때까지 스킨십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만약 스킨십에 대해서 비슷한 심리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심리 스펙트럼이 큰 차이를 보인다면 의견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행복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심리 스펙트럼을 알아두는 게 좋다.
심리 스펙트럼은 성장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가정환경과 분위기, 부모님의 애정표현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는 부모를 둔 경우 스킨십에 대한 심리 스펙트럼이 넓고 관대해진다. 반면 가정에서 학대를 받거나 방임을 경험했을 경우 심리 스펙트럼이 편협해지거나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또, 공공장소나 야외에서 스킨십을 자제하는 것은 어린 시절 교육받았거나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렇듯 심리 스펙트럼은 성장하는 가정에서 여러 경험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된다.
심리 스펙트럼은 자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심리 스펙트럼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해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성희롱을 구분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모호하고 다른 이유도 심리 스펙트럼과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하면 무조건 스킨십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진정한 사랑을 위한 스킨십을 하기 위해서는 연인 사이에 충분한 대화와 공감의 시간, 그리고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