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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의 와인 에세이]에티켓, 와인을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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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의 와인 에세이]에티켓, 와인을 호로록?
  • 이창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7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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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가족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고 섬긴다. 이러한 유교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정서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예의범절을 중시한다. 왜냐하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나의 행동은 부모님의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명절을 앞둔 지금, 문득 서양의 술인 와인에 대한 에티켓이 생각났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와인 에티켓이 옳은 행동일까? 나아가서 우리의 정서에 맞을까?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며 와인 에티켓(étiquette)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와인 잔을 잡을때, 어디를 잡아야 할까?(출처/픽사베이)
▲와인 잔을 잡을 때, 어디를 잡아야 할까?(출처/픽사베이)

먼저 와인 에티켓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와인 잔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사용해왔던 잔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긴 다리(stem)가 있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장 관심이 많다.

“와인 잔의 다리(stem)를 잡는 게 맞죠? 볼(bowl) 잡으면 안 되잖아요?”라고 하면,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진다. ‘맞아.’, 볼 잡으면 와인 온도 올라가.’, ‘다리를 잡아야 자세(폼) 나오지.’라고 모두가 하나가 된다. 하지만 많은 서양인은 볼(bowl)을 잡고 마시기도 한다. 굳이, 어딜 잡느냐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데 더 집중하길 바란다.

필자는 와인을 따를 때, 더 에티켓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를 이용하면, 소믈리에가 와인을 첨잔해준다. 그럴 때, 한 손을 살짝 와인 잔의 받침(base)에 얹어 놓는다. 그리고 살짝 눈인사한다. 맞다. 우리는 익히 들었다. 와인 에티켓이라고. 하지만, 이 행동이 항상 옳을까?

집안에 어르신 또는 거래처 사장님과 와인을 마신다고 가정해보자. 얼큰하게 취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와인을 손수 따라주시는데, 한 손을 살짝 받침에 놓으면 될까? 필자는 그다음 장면을 상상해 맡기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필자라면, 두 손으로 와인 잔을 들고 따르기 편하게 와인 잔을 기울여 줄 것이다. 소주잔을 받을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 한창 깜냥이 안 될 때, 와인을 배웠다고 한 손만 얹어 놓은 부끄러운 손과 함께 상대가 누구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꼭 뒷짐을 지고 와인을 따라주었던 과거를 반성한다.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와인을 마시고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척 하고 싶다.(출처/픽사베이)
▲와인을 마시고,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척 하다.(출처/픽사베이)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더 고백하려 한다. 와인의 욕심 많았던 필자는 와인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자리가 어디든, 누굴 만나든, 와인을 입안에 넣고 호로록 넘어선 가글을 연신 하였다. 부끄럽게도 와인 테이스팅(wine tasting)에 더 집중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에티켓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한 모금 마신 후 환한 미소와 함께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싶다. 또는 ‘엄지 척’을 할 것이다.

‘에티켓(étiquette)’은 사실 형식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을 진동으로 하는 것을 에티켓이라고 말하며, 밖에 나가 통화하는 행동을 매너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와인에서는 와인 매너라는 말보다는 와인 에티켓으로 통틀어서 말하는 경향이 있기에 필자는 와인 에티켓으로 매너까지 포함하여 이야기하였다.

보통 예의범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에티켓(étiquette)은 프랑스어다.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몸가짐도 포함한다. 그 본질은 나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의 술인 와인을 잘 즐기기 위해서는 그들을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정서에 걸맞은 ‘에티켓’으로 바뀌어야 한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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