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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이건희 회장의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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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이건희 회장의 와인들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3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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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닌 와인에 담긴 이야기이다.”
- 와인마니아이자 와인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이건희 회장

故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굵직한 정재계 인사들과의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명절 선물로도 와인을 애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와인업계의 관계자들에게는 이건희 회장이 언제, 어떤 와인을 사용했는지에 항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행사에 사용한 와인들은 언제나 국내에서 품귀현상을 빚곤 했기 때문이다. 

와인 수입사의 관계자들 역시, 이 회장이 마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와인 판매점에 와인 애호가들의 숱한 문의가 들어오고 판매점에서 품절인 경우에는 해당 와인을 수입하는 수입사로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대다수의 와인들이 국내외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친 최고급 와인이지만 와인 애호가인 이건희 회장이 마셨다면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거기에, 사석에서도 와인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 이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엄선하여 내놓은 와인들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와인들이라 깊은 뜻을 헤아려 보게 된다. 

그의 선택을 받은 일명 ‘이건희 와인’들은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어떠한 연유로 선택을 받았을까?

▲ 이건희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며 가장 먼저 유명해졌던 보르도의 와인 '샤또 라뚜르 Chateau Latour' (출처: sothebys 공식사이트)
▲ 이건희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며 가장 먼저 유명해졌던 보르도의 와인 '샤또 라뚜르 Chateau Latour' (출처: sothebys 공식사이트)

2000년대 초반 경제인들의 모임에 사용된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이건희 와인’으로 가장 먼저 이슈가 됐던 와인들로 두 와인 모두 프랑스의 대표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이며 동시에, 전세계 부의 상징인 ‘로칠드’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라피트 로칠드는 보르도의 1등급 와인 중에서도 수장이라 불리는 1등 중의 1등 와인으로 가격 또한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고급 와인 중 하나이다. 

1등급 와인 중 가장 강건하고 묵직한 와인으로 일컬어지는 샤또 라뚜르는 특히, ‘마시는 이’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기도 하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에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찬에 이 와인을 내놓으며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보르도의 대표 와이너리인 샤또 라뚜르는 1963년 영국인에게 팔린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 내에서 문화재나 다름없는 와이너리를 외국에 팔았다며 비판적인 여론이 일었고 1993년 프랑스의 사업가가 되찾아 오게 된다. 

라뚜르의 레이블에는 과거 요새였던 와이너리에 존재하던 탑과 위에 올라간 사자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라뚜르 와인 자체가 이 탑과 사자와 같다. 파워풀하고 강건한 이 와인은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오픈하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해가 갈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해를 기념한 1993년 빈티지의 샴페인 '모엣 샹동 그랑 빈티지 Moet & Chandon Grand Vintage' (출처: Le figaro vin)
▲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해를 기념한 1993년 빈티지의 샴페인 '모엣 샹동 그랑 빈티지 Moet & Chandon Grand Vintage' (출처: Le figaro vin)

2013년 삼성그룹 신경영 선언 20주년 기념식 공식 만찬주 

국내 제일의 자리에 머물 것인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 초일류의 역사를 쓸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있던 1993년 이 회장은 새로운 변화를 물색하고자 하였고 그 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경영을 선언한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3년 삼성그룹 신경영 선언 2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공식 만찬과 함께 와인이 제공된다. 뜻깊은 1993년 산의 와인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첫 건배주로는 1993년산 샴페인 ‘모엣 샹동 그랑 빈티지 Moet & Chandon Grand Vintage'가 다음 순서로는 마찬가지로 1993년산 독일의 화이트 와인이 사용되며  1993년에 선언한 혁신의 의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듯하였다. 

▲ (윗줄 맨 좌측)이건희 회장의 칠순을 기념하며 그룹사장단에게 선물한 와인 '씨네 쿼 넌 레이블스 시라 Sine Quㅁa Non Labels Syrah' / 씨네 콰넌의 와인들 (출처: Cultwine 사이트)
▲ 이건희 회장의 칠순을 기념하며 그룹사장단에게 선물한 와인 '씨네 쿼 넌 레이블스 시라 Sine Qua Non Labels Syrah' (윗줄 맨 좌측) 와 씨네 콰넌의 와인들 (출처: Cultwine 사이트)

칠순을 기념하여 그룹 사장단에게 선물한 미국 와인 2종

프랑스 와인을 유독 좋아하던 이건희 회장이 그의 칠순 때만큼은 다른 와인을 선보인다. 칠순을 맞아 특별히 직접 엄선한 와인을 그룹 사장단에게 선물하였는데 바로 ‘씨네 쿼 넌 레이블스 시라 Sine Qua Non Labels Syrah 2007',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 Belle Cote Chardonnay 2006'이다. 

두 와인 모두 미국에서 극도로 품질을 관리하여 소량 생산되는 컬트 와인이다. 씨네 쿼 넌은 1994년 첫 와인 출시 이후 20년이라는 단시간 내에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15회 이상 받으며 최근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와인이다. 소량만 생산하다 보니 희소성이 있으며 매년 옥션 거래에서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씨네 쿼 넌 Sine Qua Non’은 라틴어로 ‘필수불가결한’, ‘반드시 필요한 것’ 이라는 뜻으로 그룹 사장단들이 이 회장에게 그리고 삼성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존재라는 것을 시사하는 선물은 아니었을까. 

화이트 와인인 2006년산 벨 꼬뜨 샤도네이 Belle Cote Chardonnay는 영국인 피터 마이클이 미국에서 만드는 프랑스 풍의 와인이다. 영국에서 사업을 하던 그가 7여 년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포도밭을 찾아 와이너리를 세웠다. 역시나 고집스럽고 엄격하게 포도재배부터 양조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집념과 헌신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샴페인 돔페리뇽Dom Perignon과 할리우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가 콜라보한 2003년산 돔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 Dom Perignon by David Lynch  (출처: The Drinks Business 사이트)
▲ 샴페인 돔페리뇽 Dom Perignon과 할리우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가 콜라보한 2003년산 돔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 Dom Perignon by David Lynch (출처: The Drinks Business 사이트)

위 와인들 외에도 매년 생일 때 공식 석상에서 사용된 와인들은 항상 주목을 받았다. 71세의 생일에는 프랑스 론 밸리에서 생산되는 가장 향기로운 화이트 중 하나인 '이기갈의 꽁드리유 라 도리안 Condrieu La Doriane' 이, 72세의 생일 만찬 와인들로는 '2003년산 돔 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 Dom Perignon by David Lynch (할리우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디자인한 레이블과 박스로 한정 판매된 와인)' 나 '2009년산 케이머스 카베르네 쇼비뇽 스페셜 셀렉션 Caymus Cabernet Sauvignon Special Selection' 등의 한정판 와인들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이 회장의 와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보니 많은 호사가들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전해졌다. 2004년 계열사 임원들에게 추석선물로 돌렸다고 알려진 이탈리아의 최고급 와인 중 하나인 ‘티냐넬로 tignanello’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받았다는 임원은 없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와인들이 매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것은 값비싼 최고급 와인이었다는 이유보다 그 자체가 와인을 즐기고 그 와인에 담긴 의미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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