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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포트, 긴 밤을 위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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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포트, 긴 밤을 위한 와인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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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잠 설치는 이들을 위해 추천하는 와인
▲ 사진출처/ foodwineclick.com
▲포트 와인 Port Wine. 알코올 도수가 높아 기존 마개를 이용해서 한달까지도 보존이 가능하다.  (출처/ foodwineclick.com)

 원래도 길었던 겨울밤이 더욱 길게만 느껴지는 요즘,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냉장고에 넣어뒀던 특별한 와인을 꺼내 한잔 따라본다. 일반적인 와인들은 일단 병을 열고나면 남은 와인을 보관하기가 여의치 않아 쉽게 열기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남는 것이 아까워 꾸역꾸역 마시게 된다. 그 때부터는 더 이상 숙면을 위한 한 잔이 아닌 취하게 되는 한 병이 된다.

가볍게 한 잔을 즐기기 위해 선택하는 와인은 보통 ‘포트 와인 Port Wine’이다. 포트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아 기존 마개를 이용해서 한 달까지도 보존이 가능하다. 3~4일 이내에는 마셔야 정상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여느 와인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

▲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혼합하고 있다. (출처/ Sogrape Vinhos)
▲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혼합하고 있다. (출처/ Sogrape Vinhos)

포트와인은 이름에서도 왠지 그럴 것만 같은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와인에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 브랜디를 혼합해서 만들어진다. 브랜디는 과일을 발효한 술을 증류하여 만들어지는데 포트와인은 포도를 발효하여 만든 것(아구아르덴트 Aguardente)을 사용한다. 브랜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꼬냑을 떠올리면 이해가 조금 더 쉽다. 

포트는 와인이 발효되는 도중에 브랜디를 첨가하는데 그 때 알코올 성분이 효모를 죽여 발효가 중단되고 알코올로 미처 변하지 못한 당분이 남아 달콤한 맛을 내게 된다.

첨가되는 브랜디의 알코올 도수가 77%에 육박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완성된 와인 역시 18%~20%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갖게 된다. 이렇게 높은 도수로 만들어지는 와인을 ‘주정강화와인’이라 부르며 전세계의 와인 산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just wines
▲ 각 와인 산지의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들 (출처/ Just wines.com)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Port Wine을 포함하여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에서 생산되는 마데이라 Madeira Wine, 그리고 스페인의 셰리 와인 Sherry Wine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마르살라 Marsala, 호주의 뮈스카 Muscat 등이 있다.

주정강화와인의 높은 알코올 함량은 와인에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해줬고 현대적인 보존과 운송 방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포트와인과 같은 주정강화와인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또한, 장거리를 운송하기에 적합한 이 와인들은 대부분 섬이나 항구도시에서 발달하게 되는데 포트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1700년대 초, 영국은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프랑스산 와인의 수입이 어려워졌고 그 대안으로 더 먼 나라인 포르투갈 와인을 수입하게 된다. 포르투갈과 맺은 유리한 조약에 따라 영국은 포트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들을 낮은 관세로 수입하기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영국에서 포트와인은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핀터레스트
▲ 포트가 생산되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로 Douro 지역과 포트의 이름이 유래된 포르투 Porto 지역  (출처/ Wine Society)

포트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로 밸리 Douro Valley에서 생산되는데 포트라는 이름의 유래는 17세기 후반 포트를 전 세계로 수출하였던 서쪽의 항구도시 포르투에서 Porto에서 유래되었다. 

포트는 법적으로 100여 종 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만들 수 있지만 보통 틴타 바호카, 틴타 까오, 틴타 로리즈(뗌쁘), 뚜리가 나시오날, 뚜리가 프란세사 등 5종의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포트를 생산하는 지역은 바이슈 코르구, 시마 코르구, 도우루 수페리오르로 크게 3개로 나뉜다. 

가장 서쪽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저가 루비와 토니 포트를 주로 생산하는 바이슈 코르구 (도우로 와인 생산량의 51% 차지), 빈티지, 리저브, 숙성 토니, LBV까지 이르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시마 코르구, 그리고 도우루 수페리오르는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포도 재배량이 가장 적다.

▲ 전통적으로 포도를 발로 으깨던 통 ‘라가레스 Lagares’ (출처/ Graham's Port 홈페이지)

전통적으로 ‘라가레스 Lagares’ 라는 화강암으로 만든 낮은 통에 사람이 들어가 발로 포도를 으깨어 발효시켰으며 완성된 포트는 포르투의 도시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Vila nova de gaia’의 지하 셀러에서 저장과 숙성이 진행된다. 

크게 루비, 토니, 화이트, 로제 포트 등 4가지 종류로 만들어지며 그 안에서도 각기 다른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루비 포트로 대표되는 붉은 컬러의 과일향과 초콜릿 풍미가 인상적인 스타일의 와인은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되는 빈티지 포트, 빈티지 포트와 비슷한 퀄리티이나 영할 때 마셔 장기간 숙성이 필요하지 않은 LBV(Late Bottled Vintage Port)가 있다.

그와는 달리 갈색 컬러의 캐러멜과 견과류 풍미가 강한 토니 포트는 병 속에서 10~40년 정도 숙성시켜 병입되며 병 레이블에 10 years, 20years 등 숙성기간이 명시된다. 

화이트 포트는 다른 포트와 달리 화이트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포트 생산량 중 10% 정도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발효가 진행된 후반기에 브랜디를 혼합해 다른 포트에 비해 단맛이 적고 칵테일로 많이 사용된다. 

국내 와인 애호가에게도 꽤 새로운 스타일인 로제 포트는 딸기, 바이올렛, 카라멜 같은 아로마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포트의 대표 생산자들은 국내 와인숍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라함 Graham, 테일러 Taylor, 다우 Dow, 샌드맨 Sandman 등이 있으며 빈티지 포트와 장기 숙성된 포트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초콜릿과 포트의 최고의 궁합을 만들어 내기 위해 포트 생산회사인 다우 Dow는 벨기에의 초콜릿 회사와 손잡고 많은 연구 끝에 다우, 너바나 리저브 포트 Dow's, Nirvana Reserve Port를 만들어 냈다. 실제로 다크초콜릿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와인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씁쓸한 다크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달콤 쌉싸름한 포트 한 잔을 곁들인다면 이 겨울 긴 밤이 따뜻하고 짧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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