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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장터에서 바라본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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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장터에서 바라본 미얀마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8.3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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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화장품 '따나카'
-남자들도 입는 치마'론지'
-씹는 담배 '꽁야'
미얀마 샨 지역에서 열리는 오일장(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미얀마 샨 지역에서 열리는 오일장(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전통 시장에 장을 보러 가곤 했었다. 작고 어린아이였던 탓에 대나무처럼 큰 어른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다녔었다. 뻥! 하고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뻥튀기 가게와 국수와 파전을 팔전 정겨운 장터의 모습은 어린이에게 신세계였다. 그러한 추억들은 세계 여행을 하며 장터를 방문하는 이유가 되어 주기도 했다. 어느 나라든 시장의 풍경은 항상 정겹고 그곳만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샨 지역에서 열리는 오일장은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다.

미얀마를 찾는 여행자들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여행지인 인레 호수를 포함한 냥쉐, 깔로, 따웅지, 삔다야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이 개최하는 오일장은 샨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뿌리 깊은 전통 시장이다.  도시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상품이 이곳에서는 특별하다는 사실은 장터를 둘러보는 재미를 더 해준다. 호수 안에서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따족은 수상가옥을 보수하기 위해 대나무를 사고 대나무를 판 빠오족은 인따족에게 생선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속에 사는 소수 부족 여자들은 도시에서 공수해온 립스틱 같은 화장품을 고르는 모습은 순수해 보이기만 하다.

장터의 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미얀마 장터의 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활기찬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미얀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마주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낯선 이방인에게 순박한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뺨에 발라져 있는 누런 가루이다. 누런 가루의 정체는 그들만의 천연 화장품인 '따나카'이다. 따나카는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의 껍질을 돌판에 물과 함께 갈아 뺨에 바르는 미얀마의 관습이다. 미얀마의 상징과 같은 따나카는 처음 바를 때 시원한 느낌이 들다가 수분이 날아가면서 굳어버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따나카 이상으로 신기한 문화를 찾을 수 있었다. 남녀 모두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미얀마인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전통복장을 평상시에도 입는다. 한마디로 여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의상인 치마를 남녀노소 모두 매일 입고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통의상의 이름은 '론지'. 남성복은 '파소', 여성복은 '타메인'이라고 부른다. 허리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천으로 다리를 감싼 뒤 허리춤에 묶는 론지를 입는 까닭은 더운 미얀마의 날씨 때문이다. 면으로 만든 론지의 재질은 후덥지근한 미얀마의 공기를 피해 통풍이 잘 되기 위함이라고 한다. 론지의 색과 무늬에 따라 자신이 소속된 민족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현대화 물결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고유문화를 지키고 있는 미얀마인들의 강한 정체성을 알 수 있었다.

꽁야를 판매하는 노점상(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꽁야를 판매하는 미얀마의 노점상(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오일장 속에서 갓 잡은 생선과 채소 그리고 공예품 같은 다채로운 상품들을 둘러보던 중 론지를 입은 청년들이 우르르 모여있는 것을 목격했다. 호기심에 따라간 발걸음이 마주한 것은 말 그대로 이상한 것들이었다.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깻잎? 같은 걸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장터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꽁야'라는 씹는 담배였다.

한국에서의 커피처럼 미얀마에서 꽁야는 최고의 기호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꽁야를 판매하는 노점상에서 알게 된 재료들의 정체는 석회 가루와 잘게 부순 빈랑 열매 그리고 담배가루였다. 현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빈랑 열매의 각성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그들의 일상은 지구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로 가득하다. 21세기의 미얀마가 고유의 색을 간직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문화적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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