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을 일이 있었다. 번화가에 수많은 비뇨기과 의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별생각 없이 가까운 곳을 찾아 들어갔다. 남성 간호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간단한 검사를 받고자 왔다고 하자 난색을 보였다.
“고객님, 저희 병원에서는 확대 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서 원하시는 검사를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옆 건물에 있는 다른 비뇨기과 의원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이곳도 확대 수술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라서 지금 당장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비뇨기과를 찾아갔는데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부근에 있는 10여 곳의 비뇨기과를 돌아다니다 마지막에 들른 곳에서야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비뇨기과 병원의 간판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파워○○병원’, ‘강한○○의원’, ‘활력○○비뇨기과’, ‘포스○○의원’ 등 하나같이 강한 남성을 강조하는 상호를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트도 성격발달이론에서 성을 중요한 요소를 생각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도 남근을 중요한 갈등 요소로 보았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비뇨기과 상호만 보더라도 남성의 자존감은 남근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었다.
남근, 즉 음경은 남성의 자존심이며 자존감의 근원이다. 자신의 성기나 성적 능력에 대한 인정은 생활에 엄청난 활력과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남성은 자신의 성적 능력이 최고라면서 과장해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성기에 자신이 없는 남성이라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 서양에서 온 여교수와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레스토랑 주차장에 고급 외제 승용차가 거칠게 들어와 주차하더니 남성 2명이 내렸다.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과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보란 듯이 시계와 선글라스를 만지작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한쪽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큰소리로 대화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는데도 이들의 목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거만한 태도로 종업원에게 반말해가면서 주문을 했다.
그때 여교수가 내게 물었다.
“저런 사람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짧게 한마디 했다.
“Small penis!”
서양에서는 이처럼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사람 혹은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Small penis’라고 통칭한다고 했다. 짧은 단어였지만 내포하는 뜻은 전혀 짧지 않았다.
자신의 성기나 성적 능력에 자신이 없는 남성은 다른 것으로 이 부족한 점을 채워 대리만족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고가의 외제차나 시계를 무리해서 구입하거나,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하기도 한다. 수시로 최신 핸드폰이나 첨단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같이 저항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며 상대를 하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행동의 근원적인 심리는 자신감의 부재이다.
반면 성적 능력을 인정받은 남성은 이런 것들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몸 자체가 최고의 자신감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물건으로 자존감을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청바지에 흰 티 하나만 입고도 자신감 있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