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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중국의 차범근, 반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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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중국의 차범근, 반란을 꿈꾸다!
  •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20.06.19 09: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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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오하이둥. 중국의 차범근이라고 부를만한 축구 선수다. 국제경기에서 맥을 못 추던 중국 축구에 시원한 골을 자주 터뜨렸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여러 번 득점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한-중전에서는 3대0으로 지던 상황에서 한 골을 만회했다. 2003년 A3챔피언스컵에서는 성남일화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소속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곧이어 열린 AFC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성남일화를 3대1로 다시 물리쳤다. ‘공한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중국 팬들은 환호했다. 그는 그렇게 중국 축구의 영웅이 됐다.

그런 그가 사고를 쳤다. 그냥 사고가 아니라 대형 사고다. 지난 6월 4일, 올해 31주년을 맞은 천안문사건 기념일이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하오하이둥은 깜짝 동영상을 통해 ‘신중국연방’을 건국해야 한다는 선언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을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실었다. 20분 정도 이어진 그의 선언은 구체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신중국연방’을 세우기 위해 티베트와 대만의 자치를 인정하고 ‘히말라야감독기구’를 먼저 조직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에 관한 모든 기록과 정보가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세르비아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던 아들 하오룬쩌는 다음날 바로 팀에서 퇴출됐다.

중국이 정말 무너질 수 있을까? 역사를 돌아보니, 최초로 전국을 통일했다는 진(秦)의 뒤를 이어 나타난 통일왕조는 한(漢)부터 청(淸)까지 모두 일곱이었다. 왕조의 역사는 평균 200년이다. 전한과 후한으로 나뉜 한을 빼면 가장 오래 이어진 경우는 당(唐), 289년이다. 다른 왕조도 대체로 200년을 넘었지만, 원(元: 97년)이나 수(隋: 37년), 진(15년)처럼 100년을 못 채운 경우도 있다. 100년을 못 채운 왕조들은 직전의 혼란을 수습하면서 통일을 이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진은 춘추전국시대를, 수는 위진남북조시대를, 원은 송․금․요․서하의 각축을 정리하면서 왕조를 세웠다.

중국은 역사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pixabay
▲중국은 역사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출처/픽사베이)

지금의 중국을 세운 공산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19세기 중반부터 이어진 혼란의 시대를 수습하면서 '신중국'을 세웠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두 개의 백 년’을 꿈꾸고 있다. 첫 번째는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까지 ‘소강’(小康) 사회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소강’이란 “배부르고 따뜻하게 먹고사는 기본 문제”를 해결한 ‘온포’(溫飽) 단계를 지나,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복지 사회”를 말한다. 두 번째는 2049년, 사회주의 중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소강’을 넘어 “소외된 계층 없이 모두가 잘 사는 조화로운 사회주의”인 ‘대동’(大同) 단계까지 도달하겠다는 게 목표다.

중국은 무난하게 ‘두 개의 백 년’을 실현할 수 있을까. 역사 속에서 직전의 혼란을 수습한 중국의 통일 왕조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수습 과정에 쓰인 물적 비용은 물론이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뒤의 체제 전환도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제가 안정되지 않자 대부분 강력 통치를 내세웠다. 분서갱유로 상징되는 진시황이 그랬고, 대운하를 건설하려던 수문제가 그랬고, 한족 문화를 말살하며 철저한 계급사회를 만들었던 원태조가 그랬다.

도도한 중국 역사의 물줄기를 굽이치게 한 원동력은 집권 세력에게서만 나온 건 아니었다. 그 역사는 다양한 힘들이 긴장 관계를 이루면서 만들어온 구성물이다. 황실 세력, 귀족 세력, 지방 토호 세력, 그리고 무엇보다 황하와 장강, 태산과 황산을 거슬러 오르며 대륙을 자기 삶의 터전으로 일궈온 민초의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 그런 힘들이 모여 만들어내고 있는 중국의 모습, 그걸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중국 문화의 힘은 그렇게 70년, 아니 700년을 넘어 이어오고 있다. 문화는 그 긴장된 힘의 관계들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부딪히고, 어긋나고, 화해하면서 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 @unsplash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 (출처/unsplash)

사회주의 중국의 역사는 70년을 넘어섰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거쳐 시진핑 시대까지, 말 그대로 격동의 현대사가 이어져왔다. 반우파투쟁(1957), 문화대혁명(1966-76), 천안문사건(1989), 홍콩 시위(2003-현재)는 그 암울한 그림자들이다. 중국의 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하오하이둥의 무모한 도전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 그런 주장이 실현되리라고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이름 정도는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완전히 제거될 수 있을 만큼 중국 공산당의 힘은 막강하니까. 그러나 역사의 순리는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법. 널리 알려진 중국의 명언 중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이 있다. “새로운 시대의 인물이 옛 인물을 대신한다”(一代新人換舊人)는 말과 곧잘 짝을 이룬다. 역사도 문화도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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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2020-06-19 19:04:12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송영빈 2020-06-19 17:55:56

2020-06-19 15:35:52
중국 레전드가 맞네요. 좋은 축구선수이자 깨어있는 시민의식.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

최준란 2020-06-19 10:24:5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오하이둥 멋진 분이네요. 진정한 '소강'사회를 실천하는 분이네요.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명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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