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희정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애하는 것을 숨기는 듯하더니, 결국 남자친구를 SNS에 공개했다. 이후 희정은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자주 업로드하면서 공개적으로 연애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희정의 동영상 콘텐츠에 남자친구가 게스트로 자주 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혹시나 우려스러운 마음에 희정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연애하면 나중에 힘들지 않을까요? 남자친구가 희정의 콘텐츠까지 등장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서 걱정되는데요?”
“괜찮아요. 저는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후로도 희정은 당당히 연애를 이어갔다.
몇 개월 후 희정이 펑펑 울면서 찾아왔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저, 헤어졌어요.”
희정은 상심이 너무 커서 SNS 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상담까지 받으러 온 것이다. 희정은 이별 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SNS에 업로드 했단다.
“희정, 그러면 남자친구가 등장했던 영상은 어떻게 할 건가요?”
“아, 그 영상이요? 그냥 놔둘 건데요. 그게 왜요?”

희정의 반문에 오히려 내가 말문이 막혔다. 동영상에 대한 초상권이나 수익 배문 문제는 둘째치고, 영상으로 남아있는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희정을 더 괴롭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정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희정이 상담을 마치고 나가고, 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내게 다른 연구원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가볍게 연애했었나 봐요.”
나는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 가볍게 연애했다면 그럴 수 있겠구나!’
희정이 했던 말과 행동을 다시 되뇌어보았다.
‘연애’라는 단어는 같았지만, 나와 희정이 생각하는 의미에는 차이가 있었다.

내가 생각한 연애가 ‘인생 동반자를 찾는 중요한 만남’이었다면, 희정이 생각하는 연애는 ‘일상의 경험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내포하는 의미의 경중에 차이가 있었다. 연애가 이성을 만나서 라포를 쌓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연애가 올바른 것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연애에서 항상 변하지 않고 우리가 기대하는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니만큼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매너와 예절을 갖추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연애를 잘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