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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병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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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병에 숨겨진 비밀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0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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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바닥의 구멍이 깊으면 고급 와인이다?
- 각기 다른 와인병 모양의 역할

 

▲ 전세계의 와인병은 약 5~6가지의 모양으로 생산되며 와인레이블을 읽기 전에 와인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출처/ WSET 웹사이트)
▲ 전세계의 와인병은 약 5~6가지의 모양으로 생산되며 와인레이블을 읽기 전에 와인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좌측부터 알자스, 보르도, 부르고뉴(버건디), 샴페인, 포트, 프로방스. (출처/ WSET 공식 웹사이트)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와인잔의 모양은 와인의 스타일과 품종에 따라 수십 가지에 달하지만 와인병은 표준적인 모양을 비롯해 5가지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서로 다른 형태의 와인병을 보며 누군가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차이를 뒀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와인병 모양을 이해한다면 와인 레이블을 읽기 전에 미리 와인의 스타일을 유추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와인병 모양의 이름은 처음 만들어진 지역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르도와 부르고뉴 병이다. 원뿔 모양에 가까운 부르고뉴 병은 곡선의 미가 살아있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와인병으로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19세기에 가장 먼저 생겨났다. 전통적인 유리공예는 사람이 파이프를 통해 숨으로 불어 만들기에 곡선이 아무래도 더 쉬웠을 거라 추측해본다. 부르고뉴 와인의 포도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와인, 시라 품종으로 유명한 론 지역 와인에 가장 자주 사용된다. 

어깨가 각진 보르도 병은 가장 잘 알려진 형태로 보르도의 대표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와인에 사용되며 그 외의 와인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병에 담기는 레드 와인 품종들은 보통 숙성되며 침전물이 많이 생기는 편이라 각진 어깨는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프랑스 알자스와 독일의 리슬링 품종 와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길고 날씬한 알자스 병, 샴페인 병, 포트 병 등 다양한 모양의 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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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병 바닥에 움푹 들어간 부분인 '펀트 Punt'는 각 와인마다 깊이와 크기가 다르다. 다양한 목적으로 생겨났으며 특히 스파클링 와인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쓰인다. (출처/ Wine Ponder 공식 웹사이트)

와인병의 여러 부위 중 그 쓰임이 궁금한 것이 바로 ‘펀트 (Punt)’이다. 킥업(Kick up)이라고도 불리며 와인병 바닥의 보조개라고도 표현한다. 모든 와인에 있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와인에 존재하며 깊이와 크기 역시 제각각이다. 펀트 역시 그 목적이 명확하진 않지만 가장 그럴듯하고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입으로 불어 만들어지던 유리병은 세워 놓기 위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세우기에는 불안정하고 소중한 테이블을 긁는 올록볼록한 부분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병 바닥을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또한, 와인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한 번에 많은 와인을 담기 위해 길게 튀어나온 와인병의 주둥이가 펀트로 쏙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와인병에서 숙성된 와인들의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침전물들은 가라앉아 펀트로 인해 내부에 생긴 원형의 틈에 쌓이고 와인잔에 쏟아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펀트의 파임이 크고 깊을수록 와인병은 더 크고 웅장해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펀트가 깊을수록 고급 와인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 듯하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펀트가 없는 고품질의 와인 또한 많기 때문에 펀트의 깊이에 따라 와인을 나누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펀트의 쓰임이 가장 효과적인 와인은 아마도 스파클링 와인일 것이다. 샴페인뿐만 아니라 크레망, 까바 등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스파클링 와인병들의 펀트는 가장 크고 깊다. 펀트는 병 내부의 높은 압력을 분산시키고 버티는데 일조하며 다른 와인병에 비해 큰 펀트로 인해 병 사이즈도 크게 느껴지다 보니 스파클링 와인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스파클링 와인과 더불어 화이트 와인같이 시원하게 하는 과정, ‘칠링’을 하게 되는 경우 더 빠르게 병 내부의 온도를 차갑게 만들어 준다고 하니 꽤 쓸모 있는 ‘보조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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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병마다 다양한 컬러를 지니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와인은 자외선에 의해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어두운 컬러의 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Enjoyfoodwine 공식 웹사이트)

와인병의 비밀에 관해서라면 컬러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와인을 보관할 때 알아 둬야 할 주의사항 중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병을 눕혀서 보관해라.’, ‘어두운 곳에 보관해라.’ 등 일 것이다. 와인은 햇빛을 싫어한다. 햇빛의 UV 광선은 와인의 특정 성분과 반응하여 황 화합물을 생성하고 불쾌한 냄새를 갖게 한다. 투명한 병의 와인이 손상되는 데는 고작 3~4시간의 햇빛 노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대다수의 와인병들이 녹색과 갈색, 혹은 검은빛을 띠는 것이 바로 이런 자외선의 노출로부터 와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된다.  

병 사이즈에 관해서라면 병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와인 품질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병이 작을수록 숙성 과정이 빨라진다는 것이 밝혀진 사실이다. 

이제, 와인 판매점에 가게 된다면 그저 생각없이 넘기던 각기 다른 사이즈와 디자인의 와인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와인레이블을 읽지 않아도 멀리서 다가갈 때부터 어깨의 각짐과 색상, 펀트의 깊이 등을 보며 생각해 볼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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