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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코로나19에도 중국 영화가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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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코로나19에도 중국 영화가 웃는 이유
  •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21.02.0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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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던 작년 1월 말, 정확히는 1월 23일의 일이었다. 중국 영화관이 일제히 휴업에 들어갔다. 7월 20일, 당국의 결정으로 다시 문을 열기까지 휴업은 6개월 동안 계속됐다. ‘로스트 인’(Lost in) 시리즈로 중국 영화 시장에 흥미로운 ‘충격’을 주어왔던 쉬정(徐崢)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로스트 인 러시아’(囧媽)도 심상찮은 상황에 영화관 개봉 전격 철회와 SNS 무료 공개를 선택했다.

작년 한 해 중국 영화 산업은 ‘반쪽’짜리 성과를 내놓았다. 해마다 연말이면 연간 영화산업 결산을 발표하는 중국 국가영화국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박스오피스는 204억 17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642억 6600억 위안에 비해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매년 놀라운 규모로 성장을 거듭해 오던 박스오피스 지표가 2013년 수준(217억 7천만 위안)으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도시 영화관을 중심으로 집계되는 관객 수도 5억 4800만 명으로 떨어졌다. 전년 관객 수가 17억 2700만 명으로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가 약 1.2회까지 상승했던 점에 비하면, 2020년에는 약 0.4회까지 내려갔다.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들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당연한 결과였다.

세계적으로 영화관 관객 수의 증감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됐다. 하나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전염병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OTT 서비스의 보편화라는 산업 요인이다. 넷플릭스를 기치로 한 수요자 중심의 영상 콘텐츠 관람 문화는 영화관을 위협하는 가장 힘센 적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유쿠(優酷), 아이치이(愛奇藝), 텐센트(騰訊) 등 이른바 중국식 OTT 서비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막강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중국 영화는 이와는 다른 영역에서 시장을 키워왔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영화의 급감이 중국 영화 시장의 지속적 축소 또는 OTT로의 관객 대이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1년 중 절반 동안만 통계를 산출한 영화산업이 생각보다는 선전했다는 점에서 올해 중국 영화의 회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견 ‘처참한 몰락’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중국영화는 애써 웃는 표정을 잃지 않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국가영화국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중국 영화 시장이 전 세계에서 영화산업 1위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회복을 주도했다”라고 자평했다.

2020년 중국영화의 대표작, '나와 나의 고향' 포스터
▲2020년 중국영화의 대표작, '나와 나의 고향' 포스터

하지만 중국 영화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 의미 없는 세계 시장 1위라는 기록보다 다른 측면의 의미를 더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자국 영화 박스오피스는 170억 9300억 위안으로 무려 83.7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국 영화 점유율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영화 제작과 수입의 원활한 흐름이 막혀버린 탓이었다. 당연히 흥행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화도 모두 자국영화였다.

작년 중국 영화는 대체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동시대 중국과 중국 사회의 발전상, 중국식 스토리텔링에 집중되었다. ‘인민’의 풍족한 생활을 그린 ‘나와 나의 고향’(我和我的家鄕), 고향으로 돌아가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한 시엔 집에 도착해’(一點就到家), 가난한 삶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인생’(秀美人生), 공산당 기층 간부의 충성과 봉사, 헌신을 다룬 ‘드넓게 맑고 푸른 시대’(千頃澄碧的時代) 등이 대표작으로 꼽혔다.

뿐만 아니다. 작년은 중국이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70주년이었다. ‘항미원조’를 ‘기념’하여 중국 인민지원군의 영웅적 전투를 묘사하고 그 정신을 선양하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됐다. ‘금강천’(金剛川), ‘영웅의 연대’(英雄連) 같은 드라마 장르와 ‘집과 나라를 지키자: 항미원조 영상의 기록’(保家衛國: 抗美援朝光影紀實)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일 아름다운 사람’(最可愛的人)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이를 대표했다.

중국 영화산업의 지표들은 곤두박질쳤지만, 여전히 중국 영화 당국이 웃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스오피스가 급감했지만, 그래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처참할 줄 알았던 산업 지표도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전체 산업 규모가 휘청한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이야 언제든 회복할 수 있다. 산업 지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 영화는 또 다른 가치를 확인했다.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많은 영화들이 노력해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중화민족의 새로운 시대에 중화민족의 새로운 서사시를 창작함으로써 적극적인 가치관을 드러내고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한 우수한 작품들이 선보였다”라고 자찬했다. 더불어 이 영화들의 입소문도 꽤 좋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작년 한 해 중국 영화는 이런 방식으로 공산당 이데올로기를 스크린 위에 삼투하면서, ‘살기 좋은 중국’을 선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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