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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거꾸로 쓰여 있는 ‘福’ 자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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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거꾸로 쓰여 있는 ‘福’ 자의 사연은?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2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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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의 어진 아내 마 황후의 지혜로 생겨나…
서태후와도 관련 있어…

모레부터 설 연휴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설이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인 만큼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설을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하는데, 설에도 여러 가지 풍습이 있다. 그중 오늘은 지금도 중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꾸로 붙어있는 한자 ‘福’ 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2020년에 새해에 붙인 포스터(출처/픽사베이)
▲2020년에 새해에 붙인 포스터(출처/픽사베이)

중국에 가보면 춘절(음력 1월 1일, 설날)에 집마다 빨간 바탕에 ‘福’ 자를 거꾸로 붙인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봄에 ‘입춘대길’이라고 붙이는 것과 비슷한데, 신기한 것은 중국은 ‘’福’’ 자를 똑바로 붙이지 않고 희한하게 거꾸로 붙인다.

한 번은 필자가 중국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문에 '福' 자가 거꾸로 붙어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린 적이 있었다. '설마 자기 나라 글자를 몰라서 저렇게 붙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필자는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 대답이 원래는 ‘복이 도착한다’란 뜻의 중국어는 ‘福到’로 쓰는데, ‘도착하다’란 뜻을 지닌 ‘到[dào]’의 중국어 발음과 ‘거꾸로’란 뜻을 가진 ‘倒[dào]’의 중국어 발음이 같아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이는 일종의 언어유희 중 하나로 ‘福’ 자를 거꾸로 붙이면 ‘복이 온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福’ 자를 거꾸로 붙이고 있는 모습(출처/바이두)
▲‘福’ 자를 거꾸로 붙이고 있는 모습(출처/바이두)

여기까지는 중국을 조금 아는 사람이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월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福’ 자를 거꾸로 붙이게 된 데에도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가 들은 이야기만 해도 몇 가지 되는데 그중 두 개만 소개하려 한다.

 

하나는 중국 명나라의 초대 황제 주원장의 황후인 마황후와 관련이 있다. 예로부터 훌륭한 임금으로 후대까지 존경받는 군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진 아내가 내조를 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불세출의 성군인 세종대왕의 옆에는 소헌왕후가 계시질 않았는가?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해 나라의 기틀을 잡은 데에는 어진 아내 마황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황후는 중국 역사상 가장 자애롭고 인자하며 현명한 국모 중 한 분으로 꼽히는데, 단점이 있다면 발이 크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자들은 전족을 해 발이 몹시 작았는데, 마황후는 어려서 부모를 모두 잃고 가난하게 자라 전족을 못 해 발이 컸다.

하루는 주원장이 성 밖으로 잠행을 나갔는데, 어느 한 집을 지나다 그 집 대문에 발이 큰 여자가 수박을 안고 있는 그림을 보게 되었다. 주원장은 이를 보고 마황후의 발이 큰 것을 풍자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잔뜩 화가 난 주원장은 이튿날 날이 밝으면 그 집 백성을 잡아들여 참수하려고, 신하를 시켜 그 집을 기억할 수 있도록 그곳에 ‘福’ 자를 붙이게 했다. 그런 후 궁으로 돌아왔는데, 이 소식이 마황후 귀에까지 들어갔다.

마황후와 명나라를 건국한 명 태조 주원장 초상화(출처/바이두)
▲마황후와 명나라를 건국한 명 태조 주원장의 초상화(출처/바이두)

어진 마황후는 무고한 백성이 다치는 걸 볼 수 없어 동트기 전에 그 주위 백성들에게 집마다 모두 ‘福’ 자를 붙이라고 명을 내렸다. 그런데 어느 한 백성이 글자를 몰라 ‘福’ 자를 거꾸로 붙였다. 이윽고 이튿날 주원장이 사람을 파견해 ‘福’ 자가 쓰여 있는 집에 가 그 집안사람을 모조리 잡아 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대문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福’ 자가 붙어있었고, 어느 한 집만 ‘福’ 자가 거꾸로 붙어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주원장은 화가 치밀어 “그럼 ‘福’ 자를 거꾸로 붙인 집의 사람들을 잡아들이라”라고 명했다.

갑자기 불똥이 애먼 백성에게 튀었다는 소식을 접한 마황후가 부랴부랴 주원장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순간 기지를 발휘해 “폐하께서 오실 줄 알고 일부로 글자를 거꾸로 붙인 것입니다. ‘福’ 자를 거꾸로 붙였으니 복이 온다는 뜻이 아닙니까?”라고 아뢰어 그 집은 멸문지화를 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到’와 ‘倒’의 발음이 같은 현상을 이용하여 재치 있게 황제를 설득한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성들이 고마운 마음에 한없이 자애로운 국모 마황후를 기리기 위해 ‘福’ 자를 거꾸로 붙였다고 한다.

서태후의 모습(출처/바이두)
▲서태후의 모습(출처/바이두)

두 번째 설은 청나라 서태후와 관련이 있다. 중국 고대에 연말이 되면 집에 대련(문과 집 입구 양쪽에 거는 대구(對句)를 쓴 것)을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이에 서태후가 한림학사들에게 명을 내려 대련을 쓰게 했는데, 좋은 글귀는 다 있었으나 ‘福’ 자가 빠져있었다. 그래서 서태후가 그런 글귀 말고 ‘福’ 자를 여러 개 써오도록 지시했다. 서태후한테 퇴짜를 맞은 한림학사들은 돌아가 ‘福’ 자를 많이 써와 서태후에게 바쳤는데, 서태후가 그중 몇 개를 골라 환관에게 궁 곳곳에 붙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환관이 글씨를 몰라 ‘福’ 자를 거꾸로 붙였고, 이튿날 서태후가 궁을 거닐다 이를 발견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자 곁에서 모시던 한 환관이 ‘到’와 ‘倒’의 발음이 같으니 ‘福’ 자를 거꾸로 붙이면 ‘복이 온다’는 뜻이라고 기지를 발휘해 대답했다. 이에 화가 풀어진 서태후는 원래 벌을 주려던 생각을 바꿨고, 오히려 은자 두 냥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오긴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중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꾸로 쓰인 ‘福’ 자는 ‘복이 온다’는 좋은 뜻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만약 중국에 가서 거주할 일이 생기면 우리도 대문에 ‘福’ 자를 거꾸로 붙여 굴러들어오는 복을 잡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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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 2020-01-22 13:36:49
항상 보면서 궁금했는데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영미 2020-01-22 11:39:43
설날을 맞이하는 행사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새해 첫날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것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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