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컬처타임즈

유틸메뉴

UPDATED. 2019-12-11 22:11 (수)

본문영역

[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중국에서는 중국인끼리도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상태바
[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중국에서는 중국인끼리도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3 09:55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준어와 방언은 하늘과 땅 차이

필자가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을 오가면서 배운 점도 느낀 점도 매우 많다. 특히 중국 문화 체험은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아닌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익힌 것으로 겪어봐야 진정한 중국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마치 고기 맛이 어떤지 아무리 책으로 설명해도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 오늘 필자가 할 이야기도 중국에 가서 직접 겪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어느 나라나 표준어가 있고 지역별로 방언이 있다. 우리나라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지역마다 방언이 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방언이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완전히 의사소통이 불가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땅덩이가 큰 만큼 방언도 각양각색이라 같은 중국인끼리도 표준어가 아닌 자기 지역의 방언으로 대화하면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하다. 게다가 방언권 중국인들은 중국어 표준어를 구사해도 완벽하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

중국 지역별로 사용하는 방언을 색깔별로 나타낸 분포도. (출처/바이두)
▲중국 지역별로 사용하는 방언을 색깔로 나타낸 분포도. (출처/바이두)

하지만 우리가 중국어를 배울 때는 표준어로 배우기 때문에 중국의 방언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필자도 그랬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필자가 중국에 유학 가서부터는 중국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의 위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 맙소사! 중국에서는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중국인끼리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상하이(上海) 사람과 쓰촨(四川) 사람이 만났다. 이때 상하이 사람은 상하이 사투리로 쓰촨 사람은 쓰촨 사투리로 말하면 서로 말이 안 통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상대방을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표준어로 말해야 대화가 통한다. 그 느낌을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은 한국어로 일본  사람은 일본어로 말해 서로 못 알아듣기 때문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꼴이다.

중국에서는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중국인끼리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출처/픽사베이)
▲중국에서는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중국인끼리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출처/픽사베이)

한 번은 필자가 영화 시사회에서 중국 배우의 통역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만난 배우의 음성이 중국 TV에서 늘 들었던 그 영화배우의 목소리와 어투가 아니어서 필자가 무척 당황했었다. 갑자기 성대를 수술한 것도 아닐 텐데 하루아침에 왜 달라졌는지 이해가 안 갔다. 더구나 어제 TV에서 봤을 때도 아나운서처럼 표준어를 구사했는데,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배우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목소리와 어투가 다른 건 기본이고 TV에서 완벽하게 구사했던 표준어는 어디 가고 사투리가 심하게 섞인 표준어로 말해 필자가 통역할 때 이해하기 어려워 무척 애를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배우는 홍콩 출신이라 표준어가 유창하지 않고 방언 억양이 너무 심해 이 배우가 촬영한 후 편집 때 표준어 전문 성우가 다시 더빙한 것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성우가 외국 영화만 더빙하는 줄 알았는데, 중국에서는 자국인도 성우가 더빙하다니, 필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한 번은 좀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 필자에게 중국어 통역 요청이 들어와서 통역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보니 중국 고객이 나이 지긋한 홍콩 분이셨는데, 문제는 이분이 광둥어(중국의 여러 방언 중 하나로, 주로 중국 남쪽 지역인 홍콩, 마카오, 광저우를 포함하는 광둥성[廣東省]에서 사용하는 언어)만 하시고 표준어를 전혀 못 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어를 표준어만 배워 방언은 한마디도 못 하고 못 알아들으니, 통역은 턱도 없는 소리였다. 통역사가 통역을 못 하니 어찌하랴? 그날 일정은 취소해야 할 판이었다.

홍콩에서는 주로 광둥어를 쓴다.(출처/픽사베이)
▲홍콩에서는 주로 광둥어를 쓴다.(출처/픽사베이)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통역을 의뢰한 한국 주최 측도 당황해 허둥댔다. 그래서 필자가 중국어 표준어로 물었다. 혹시 수행단 중에 표준어 구사하시는 분이 있냐고. 다행히 어느 한 젊은 분이 사투리 억양은 있지만 그래도 표준어를 할 수 있어 그분이 광둥어를 표준어로 바꿔주면 필자가 듣고 다시 한국어로 통역했다.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통역이 다 끝난 후 광둥어를 통역해주신 분이 필자에게 ”광둥어를 표준어로 통역할 일도 있네요. 제 재능의 재발견인데 저도 앞으로 투잡 뛰면 돈벌이가 쏠쏠하겠는데요?"라고 씩 웃으며 말씀하셨다.

지금은 중국어 표준어가 모두 보급되어 자기 지역에서는 지역 방언을 쓰더라도 외부에서는 표준어를 쓰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에서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경우 여전히 표준어를 못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지역 방언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사투리 통역사'란 직업도 있다.

방언도 비율이 있는데 광둥어 같은 경우는 사용자가 다른 방언보다 많아 수입이 꽤 짭짤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지역 방언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사투리 통역사'란 직업도 있다.(출처/픽사베이)
▲중국에서는 지역 방언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사투리 통역사'란 직업도 있다.(출처/픽사베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사투리가 심한 홍콩이나 광둥 지역의 경우, 곳곳에 "표준어를 써 주세요"라는 문구를 붙여놓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은 표준어와 방언 차이가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외국어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은 방송할 때 표준어를 못 알아듣는 중국인을 위해 자막을 넣는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지역 간의 언어 차이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를 미리 인지하고, 사전에 센스 있게 대처하면 중국인과의 거리도 좁혀질 것이다. 특히 중국의 수도가 아닌 지역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경우, 그 지역의 사투리를 한두 마디 익혀 인사말 정도는 그 지역 말로 해보자. 그럼 상대방도 외국인이 건네는 푸근한 고향 사투리에 감동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해 줄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상대를 배려해 보라.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비즈니스의 첫걸음일 테니.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Adel 2019-11-15 18:04:55
중국 출장가서 tv를 틀면 모든 채널마다 자막이 있어서 신기했었는데 이런 이유였네요 ㅎㅎ 이번에도 재밌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joo 2019-11-13 18:28:13
방언 통역이 필요한 에피소드 넘 재미있어요 ^^

은비늘 2019-11-13 15:20:06
참 재밌게 작가님 만나네요
소나무처럼 푸르게 푸르게
천지에 날개 피시고
굳건히 하늘 향해 솟으소서

고영미 2019-11-13 11:55:43
오늘도 재미있는글 잘 읽고 갑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하단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