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적으로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결혼 할 때 경제력을 아주 중요한 판단 요소다. ‘혼수 필요 없으니 숟가락만 가져와라’, ‘단칸방 월세부터 시작해서 불려 나가는 재미에 사는 거다’라는 말이 있지만, 모두 우리나라가 한창 성장하던 8,90년대 산업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성장은커녕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결혼을 준비했다가는 부부간에 불화만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결혼 전에 최소한의 결혼 및 생활비용을 확보하려는 몸부림을 쳐보지만 실상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지금 수입으로는 저축도 거의 못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데도 아주 빠듯하다.
2.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 같아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 능력이나 외모, 마음씨도 좋다. 하지만 어딘가에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지금 연애 상대와 결혼을 해버렸는데 내가 꿈꾸던 사람이 나타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지금 이 사람에게 내 인생 전부를 투자하기에는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3.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서
혼자 살면서 큰 불편함이 없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식당에 혼자 들어가면 눈치 보면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1인 식당이 도처에 널려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오마카세 초밥이나 한우 화로구이를 먹을 수 있다. 먹거리를 비롯한 놀거리, 즐길거리 모두 혼자서도 얼마든지 외롭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좋은 사람들과 인맥을 넓혀가는 기회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결혼한다면 지금 이렇게 누리는 생활보다 더 좋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4.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
결혼은 부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양쪽 가정의 결합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결합이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간섭이고 구속이다. 양가 부모님의 생신, 가족 모임, 제사, 명절 등만 헤아려도 매월 한두 차례 인사해야 할 자리가 생긴다. 게다가 가족 중에서 누군가 아프거나 지병이 있다면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대책임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이런 심적인 부담감이나 감정 소모를 감수할 만큼 외롭지도 않는 게 사실이다. 이럴 바엔 그냥 결혼보다 연애만 하고 사는 게 더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
5.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결혼하면 자신의 인생 절반을 포기하고, 출산하면 그 나머지 인생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은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과정이다. 사회적으로는 무척 가치 있고 소중한 사회활동이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결혼은 이상과 꿈을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사치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자유롭게 떠나는 해외여행도 더 많이 해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연애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이상을 모두 접고 결혼해야 한다니 선뜻 결혼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결혼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결혼이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배우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더욱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결혼 생활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성공적으로 사업이나 직장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 혹은 가정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면서 사회적인 안정도 느낄 수 있다. 결혼은 경제적 손익을 따지거나 개인적 감정만을 앞세워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최대한 다양한 관점과 폭 넓은 시선으로 결혼을 바라본다면 결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