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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延유수현 에세이] 초장왕(楚莊王)과 관용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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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延유수현 에세이] 초장왕(楚莊王)과 관용의 리더십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1 09: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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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배우는 리더십
사자성어 절영지회(絶纓之會)의 뜻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고전을 읽으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성인의 말씀이나 일화부터 승자의 지혜, 패자의 사례에서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지도자들의 경우 연설이나 강연 등 중요한 요지가 담긴 발언을 할 때 꼭 고전의 구절을 인용한다. 이는 국제회의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필자도 늘 동시통역을 할 때마다 필자가 모르는 고전이나 문구를 언급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그러다 보니 필자도 평상시에 고전을 즐겨 읽는다.

다양한 종류의 책이 꽂혀 있다. (출처/픽사베이)
▲다양한 종류의 책이 꽂혀 있다. (출처/픽사베이)

이는 동시통역할 때를 대비해 배경지식을 넓히기 위한 것도 있지만 고전을 통해 필자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고전을 읽을 때마다 필자가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빛을 발견한다. 그만큼 매력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이다. 그래서 오늘은 고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가 오늘 독자들과 공유할 이야기는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로 중국의 많은 지도자가 리더의 역할을 언급할 때마다 자주 회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분열의 시기를 겪었던 때는 바로 춘추전국시대이다. 그러나 난세에는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이 복잡한 시기에 오히려 많은 영웅호걸이 나왔다. 특히 춘추시대의 제후들은 중원의 패자(霸者)가 되기 위해 서로 힘겨루기를 했는데, 그중 가장 세력이 강했던 다섯 명의 제후를 가리켜 '춘추오패'라 한다.

춘추시대의 제후 중 두각을 나타냈던 다섯명의 제후를 가리켜 춘추오패라 한다. (출처/바이두)
▲춘추시대의 제후 중 두각을 나타냈던 다섯 명의 제후를 가리켜 '춘추오패'라 한다. (출처/바이두)

이 춘추오패는 제환공(齊桓公), 진문공(晉文公), 초장왕(楚莊王), 오왕(吳王) 합려(闔閭), 월왕(越王) 구천(勾踐)을 말한다. 하지만 일설에서는 이 다섯 명 중 오왕 합려와 월왕 구천 대신 송양공(宋襄公)과 진목공(秦穆公)을 넣기도 한다. 즉 춘추오패 중 제환공, 진문공, 초장왕은 고정이고 나머지 둘만 학계에서 이견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춘추오패가 한시대를 주름잡은 영웅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그들의 성공담이 지금까지도 계속 전해 내려오는데, 그중 필자가 통역 때 단골손님(?)으로 많이 등장하고 필자도 감명받았던 초장왕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초장왕은 초나라 22대 군주로 초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군주이다. 비록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랐으나 안으로는 내실을 다져 반란을 진압하고 밖으로는 여러 나라를 굴복시켜 마침내 춘추오패의 세 번째 패자(霸者)로 등극한 인물이다. 초장왕이 패업을 이루기까지 비결이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중 필자는 관용의 리더십을 으뜸으로 꼽는다.

초장왕의 출정 모습을 담은 동상(출처/바이두)
▲초장왕의 출정 모습을 담은 동상(출처/바이두)

한 번은 초장왕이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고 신하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다. 평소에 신하를 매우 아끼는 초장왕은 자신의 여러 후궁을 불러 신하들의 시중을 들게 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촛불을 밝혀 연회를 지속했다. 그런데 연회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졌다. 그때 어둠을 틈타 한 신하가 초장왕 후궁의 몸에 손을 댔다. 이에 후궁은 기지를 발휘해 자기를 희롱한 신하의 갓끈을 끊은 후 초장왕에게 갖고 가 조금 전 일어난 일을 고했다. 갓끈이 끊어진 사람이 범인일 테니 이를 색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초장왕은 이를 듣고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뜻밖의 명을 내린다. 이 자리에 후궁을 부른 것 자체가 자신의 잘못이라며 모든 신하에게 갓끈을 끊게 한 후 촛불을 다시 밝히게 했다. 여기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게 하려는 초장왕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로써 한바탕 피바람이 불 수도 있었던 연회가 초장왕의 너그러운 관용과 지혜로 흥이 깨지지 않았고 즐겁게 마무리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절영지회(絶纓之會)'이다. '갓끈을 끊은 연회'란 뜻으로, '남의 허물을 관대히 용서해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절영지회(絶纓之會)의 고사성어를 나타낸 그림(출처/바이두)
▲고사성어 절영지회(絶纓之會)를 나타낸 그림(출처/바이두)

그럼 이 절영지회가 가져온 결말은 무엇일까? 그로부터 3년 후 초장왕은 진(晋)나라와 국가의 존망을 건 전쟁을 하게 된다. 역사상 이를 필(邲)전투라 하는데, 전투 중에 초장왕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다. 이때 장웅(壯雄)이란 장수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용감히 나아가 초장왕을 구했다.

초장왕이 이를 가상히 여겨 장웅을 불러 물었다. "과인이 그대를 아낀 적이 없거늘 어찌 목숨까지 걸며 과인을 구했는가?" 그러자 장웅이 "신이 바로 3년 전 연회에서 갓끈을 뜯긴 자 이옵니다. 당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신을 살려주신 대왕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했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전투에서 승기를 잡아 결국 초나라가 승리함으로써 초장왕이 패업을 이루게 되었다.

드라마 속의 전투 장면(출처/ 바이두)
▲드라마 속의 전투 장면(출처/ 바이두)

만약 그때 연회에서 초장왕이 군주다운 넓은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패자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짚어 보게 된다. 신하의 잘못도 너그러이 감싸는 관용의 리더십이 초장왕을 패자의 길로 이끈 것이다. 더구나 초장왕의 이런 관용은 미리 계산하고 베푼 것이 아니기에 더 진가를 발휘한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옛말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골라 쓴다고 했다. 하지만 초장왕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리더가 어떤 인격을 갖추냐에 따라 사람도 고치게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 때로는 누구의 리더로 때로는 누군가의 리더십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때 우리가 초장왕과 같은 관용의 리더십을 갖는다면 아랫사람도 자연히 리더를 신뢰하고 따를 것이니, 조직이든 국가든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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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 2020-04-14 08:45:57
절영지회,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 골라 쓰는거다. 두 문구가 가슴에 넘 와닿네요^^

세이 2020-04-07 12:47:36
이번 이야기도 너무 재밌게 보았습니다. 전 특히 인상깊은 것이 연회 때의 일을 본인의 실수라 인정하고 넘어간 부분인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오왕과 월왕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습니다. 정말정말 나중에 후베이쪽을 가면 꼭 월왕구천검을 직접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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