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컬처타임즈

유틸메뉴

UPDATED. 2020-07-05 21:51 (일)

본문영역

[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 빈티지가 뭐길래?
상태바
[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 빈티지가 뭐길래?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9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빈티지에 따라 10배 이상 차이 나는 와인 가격의 비밀
- 1865? 와인 레이블에 적힌 숫자가 모두 빈티지는 아니다.
- 빈티지가 오래될수록 비싸다? No!

 

▲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와인 '1865', 와인명을 빈티지로 오해받는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다. (출처/ 금양인터내셔날 홈페이지)
▲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와인 '1865', 와인명을 빈티지로 오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다. (출처/ 금양인터내셔날 홈페이지)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와인은 모르긴 몰라도 ‘1865’라는 와인이 아닐까 싶다. 검은색 와인병에 1865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 있는 이 와인은 지금도 어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다. 그리고 와인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와인은 빈티지가 1865년인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물론 아니다. 1865는 칠레에서 산 페드로 San Pedro라는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산 페드로의 설립연도가 1865라 그것을 기리기 위해 붙은 이름이다. 

1865라는 이름 덕분에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믿거나 말거나 한 우스운 이야기도 있다. 어떤 도둑이 부잣집에 들어가 와인이 비싼 물건이니 팔면 돈이 되겠다 싶어, 1800년대 만들어진 와인을 하나만 집어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1865였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가 1800년대에 만든 와인을 한국에서 발견한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하고 싶다. 와인을 생산하는 생산국 현지에서도 1800년대 만든 와인이 남아 있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 옐로우 라벨로 유명한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출처/ wine-searcher.com)
▲ 옐로우 라벨로 유명한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출처/ wine-searcher.com)


이와 비슷하게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라는 유명 샴페인의 레이블을 보면 Maison fondée en 1772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이것 또한 1772년에 설립된 와이너리라는 뜻이다. 샹빠뉴 지역에는 1700년대 설립된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다소 있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숫자이다. 

와인의 ‘빈티지’라는 것은 이 와인을 만든 포도를 ‘수확’한 해이다. 당연히 모든 음료가 그러하듯이 – 음료에 국한된 이야긴 아니다- 와인을 만드는 원재료인 포도의 품질이 좋을 때 최고의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 수확 전 포도나무에 달려있는 포도들, 포도의 품질에 따라 와인 품질이 판가름난다. (출처/ 와인전문매거진 Decanter)
▲ 수확 전 포도나무에 달려있는 포도들, 포도의 품질에 따라 와인 품질이 판가름난다. (출처/ 와인전문매거진 Decanter)

특히, 빈티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프랑스의 보르도나 부르고뉴 같은 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생산량에 따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추석 전, 여름이 끝나갈 때쯤 찾아오는 태풍으로 인해 낙과가 발생하고 많은 강수량에 과일의 당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우리는 명절에 맛도 없으면서 가격까지 비싼 과일을 먹게 되는 것과 유사한 이치인 것이다. 

예를 들어 보르도의 대표적인 1등급 와인인 ‘샤또 무똥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schild’의 2000년 빈티지가 해외에서 최소 300만 원대 이상을 호가하고 있는데 반해 2013년 빈티지는 60만 원대로도 구매가 가능했다.   

 

▲ 보르도 메독의 1등급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무똥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child' 의 2000년 빈티지 (출처/ Christies 웹사이트)
▲ 보르도 메독의 1등급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무똥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child' 의 2000년 빈티지 (출처/ Christies 웹사이트)
▲ '샤또 무똥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child' 의 2013년 빈티지, 국내 화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으로 만든 레이블 (출처/ Chateau Mouton Rothchild 홈페이지)
▲ '샤또 무똥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child' 의 2013년 빈티지, 국내 화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으로 만든 레이블 (출처/ Chateau Mouton Rothchild 홈페이지)

실제로 분명 내가 맛있게 마셨던 동일한 와인을 재구매했을 때 실망하는 경우들이 여럿 있는데 보관의 문제, 보틀 컨디션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보통 다른 빈티지인 경우가 많다.

와인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들 중 하나가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일수록 더 비싼가?’이다. 이것 또한 일단은 No! 이다. 실제로 7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와인이 10년 정도 지나서 오래 숙성되었다고 더 비싸지진 않는다. 다만 구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와인 중에는 그 희소가치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 와인의 빈티지는 코르크에도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빈티지가 적힌 와인코르크들 (출처/ vinepair.com)
▲ 와인의 빈티지는 코르크에도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빈티지가 적힌 와인코르크들 (출처/ vinepair.com)

그러나 일반적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부분의 재화들이 그러하듯이 수입단가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작년에 들어온 와인보다 몇 천원, 크게는 몇 십만 원씩 더 비싸게 들어오면 국내 와인숍에서도 그만큼 더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해나 학번, 결혼한 해, 아이가 태어난 해 등을 기념하며 해당 빈티지 와인을 모으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내가 태어난 해에 지구의 먼 곳에서 생산된 포도로 와인을 마신다면 소름이 돋을 만큼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도 같다. 

참고로 1960년, 1970년대 와인은 품질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들은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쉽게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처럼 양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의 와인들은 이미 숙성 잠재력이 지금보다 낮은 와인들이 많았다.

 

▲ 보르도 뽀므롤 지역의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르 팽 Le Pin'의 1985년 빈티지 (출처/pillariwine.com)
▲ 보르도 뽀므롤 지역의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르 팽 Le Pin'의 1985년 빈티지 (출처/pillariwine.com)

하지만 보통 와인의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하는 높은 산도, 다량의 타닌이 함유된 건강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 포트와인 같은 높은 도수의 브랜디가 섞인 주정강화 와인, 당도와 아주 높은 고밀도의 와인은 아직도 충분한 매력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1980년대 와인도 완벽한 컨디션을 갖는 경우는 드물지만 위의 빈티지들보다는 구할 가능성도, 와인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의미있는 해의 와인을 구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아이가 태어난 해의 와인을 사서 그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2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같이 마시는 것, 나의 환갑잔치에 몇 십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단순히 술이나 음료를 마시는 것 이상으로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 독자분들의 후원으로 더욱 좋은 기사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하단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