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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이별마저 두렵게 만드는 그루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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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이별마저 두렵게 만드는 그루밍
  • 이창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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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렇게 사귀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그의 말에 이별이 망설여지는 이유

희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이제는 헤어지고 싶은데, 도저히 못 헤어지겠어요.”
희정은 폭력적인 애인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별을 결심했다. 어렵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지만 이런 대답을 들었다.
“야! 나 같이 널 챙겨주는 사람도 없어!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못 만나. 나니깐 너를 이렇게 챙겨주고 사귀는 거야. 잘 생각해!”  
이 말에 희정은 더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이별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희정은 애인에게 이런 부류의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누가 너 같은 여자랑 사귀냐? 내가 사귀어주는 걸 고맙게 생각해라.”
“나 말고 다른 남자 사귀면 더 행복할 것 같아?”

이런 말은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그래서 자존감을 낮게 만들어버린다.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실제로 이 말처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게 된다. 그래서 폭력적인 애인과 헤어지지 못하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 자신과 자녀를 위해서라도 그루밍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루밍은 특히 성범죄와 관련되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본래 그루밍은 가꾸거나 길들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마부들이 말을 관리하거나, 고양이나 토끼가 자신의 털을 정리하는 것을 그루밍이라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상대방을 가꾸거나 관리한다는 점에서 사용하게 된 단어이다.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과 타인을 관리 하는 그루밍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출처 : Pixabay)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과 타인을 관리 하는 그루밍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출처 / Pixabay)

서커스나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코끼리를 사육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코끼리가 어렸을 때 밧줄로 묶어놓으면, 아기 코끼리는 밧줄에 묶여 바둥대다가 스스로 풀 수 없다고 단념해버린다. 그 후 밧줄을 끊어버릴 수 있는 힘이 생겨도, 밧줄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얌전히 묶여있다고 한다. 코끼리는 그루밍을 당한 것이다. 그루밍은 세뇌 혹은 심리적 관성과도 연관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던 중 ‘부재중 전화 50통’에 대한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해본적이 있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학생은 ‘불쾌하다’, ‘끔찍하다’, ‘집착이다’와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좋아요! 관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학생은 쉴 새 없이 자신에게 연락해 주는 것에 오히려 감동을 받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애정결핍이나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을 가진 경우, 그루밍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루밍을 당하는 것을 사랑받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건 애완동물을 키울 때 해당하는 것이지 연인 사이에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루밍의 대화법은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라포르를 쌓는 대화법은 경청과 공감이다. (출처 : Pixabay)
▲그루밍의 대화법은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라포르를 쌓는 대화법은 경청과 공감이다. (출처 / Pixabay)

한편으로, 그루밍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된다. 기업의 마케팅이나 광고도 그루밍의 일종이며, 캠페인이나 선전도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그루밍으로 볼 수 있다. 그루밍은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서 긍정적일 수도 혹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일방적인 그루밍은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연애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의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는 그루밍보다 라포르가 더 중요하다. 라포르를 통해서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한 걸음이 오히려 아름다운 사랑의 출발점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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