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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를 위한 정책 연구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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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를 위한 정책 연구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정책이 필요하다"
  • 백석원 기자
  • 승인 2023.06.1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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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인 박후근 경상북도 인재개발원 원장이 7년간 연구 끝에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정책연구>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책자를 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지 연구 동향, 한지 산업의 실태, 한지 정책의 문제점 및 대안을 제시했다. 이 책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종전에 다른 저자가 발간한 한지 관련 책자와는 차이점이 있다.

지금까지 한지 관련 박사논문 41편은 한지의 물성학·형태학적 연구에 집중됐고, 정책학·행정학 차원의 연구는 전무 했다. 전통한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 설문조사’ 결과, 정책공급자(공무원 등)와 정책수요자(한지장 등) 모두 ‘전통한지 업체가 생산한 한지 구입’을 1순위로 꼽았다. 한지에 관한 개별법이 없고 ‘정의’가 제대로 규정되지 않는 등 전통한지 정책의 10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통한지의 품질표준화 및 공공부문 사용의무화 등 6가지 ‘전통한지 진흥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책자(출처/선출판사)<br>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책자(출처/선출판사)

전통한지의 실태와 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통한지업체 수가 1996년 64개에서 2021년 19개로 감소했다. 한지(Traditional Hanji Paper)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지에 관한 개별법이 없고, 정부 차원에서는 ‘한지의 정의’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전주시·의령군·안동시에서는 ‘전통한지’와 ‘지역한지’를 다르게 정의하여 ‘수입산 닥 사용’ 및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만든 종이도 한지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2021년 정부가 추진한 한지 실태조사에서는 국내산 닥이 아닌 수입산 닥과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것까지도 한지에 포함시켰다. KS(한국산업규격)의 한지품질규격은 부실한데다 2006년 이후 등록업체가 한 군데도 없다. 한지품질표시제 역시 미흡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을 비롯한 4대궁궐 창호지에 전통한지를 일부만 사용했다. 정부부문의 한지 사용은 국가기록원과 행정안전부 ‘정부포상증서 일부’에 한지를 사용하는 정도이다. 정부부문에서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총 341억 원의 국고 보조금, 지방비를 한지에 집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 19개 한지 업체에 재정지원이나 한지를 구매한 비용은 7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지가 이탈리아와 루브르박물관 등에 문화재수리·복원용으로 인증됐다는 보도자료(문화재청 2016년 12월 15일, 1018년 10월 17일)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뚜렷한 수출 성과는 없다. 이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도 확인했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 제조한 최고 품질의 한지는 2백년 이상 보존된 정조 친필편지에 사용된 한지에 비해 밀도나 내절도 등에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 나 있다. 실생활에서 전통한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닥나무 관련 부처인 산림청에서 닥나무의 섬유 특성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가 없다. 

전통한지 진흥을 위한 6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전통한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지의 주원료를 ‘국내산 닥’으로 하고, 제조기술은 ‘손으로 만든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 한지를 새롭게 정의하면, “전통한지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사용하던 재료와 제조방식으로 만든 종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산 닥, 천연잿물과 식물성 분산제를 사용하며 티 고르기, 일광 유수 세척 및 표백, 닥 방망이 고해, 전통 뜨기 등 초지, 자연 일광 건조 및 도침에 의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종이”이다. 한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을 토대로 하여 한지 실태조사 및 기초 통계조사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둘째, 전통한지 품질의 표준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류문화재의 수리ㆍ복원에 사용되는 전통한지는 표준화가 필요하므로 한지 품질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셋째, 공공부문에 전통한지 사용 의무화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수요확대를 위해 지류문화재 수리·복원은 물론이거니와 4대 궁궐, 서원과 향교 및 정부예산으로 만들어진 각종 한옥 건축물의 종이 수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입산 목화 등을 사용하는 지폐 제작에도 한지를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국고보조금 집행액의 일정 부분은 전통한지 구매 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획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한지 품질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전통한지의 원형을 재현하고 제조기술을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고려지·조선지는 서화용으로도 명성이 높다. 관련 정책 당국의 협업과 한지장 및 연구자의 공동 노력이 요청된다.

다섯째, 기록용·서화용으로 한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서화용 한지의 품질개선을 통해 서예가와 한국 화가에게는 한지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훈장 등 ‘정부포상증서’용지에 전통한지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사례다.

여섯째, 전통한지 진흥을 위해 범정부적인 협업이 요청된다. 학제 간 영역에서도 한지는 임학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산림청에서는 닥나무 품종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닥나무 우수 품종 개발에 나서야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류문화재용 한지에 관한 진흥을, 국가기록원은 보존의 영속성을 위해 기록용 한지를 연구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상위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칸막이를 뛰어넘는 협업으로 한지 진흥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배관표 교수는 “박후근 박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지정책 연구가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면서 “저자가 소명의식을 갖고 이 한권의 책에 한지정책의 모든 것을 담은 만큼, 한지를 살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전통한지의 역사와 제조기술, 닥나무 연구 등 40년이상 한지를 연구했고, 2015년 행정자치부의 한지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호석 화백은 “박원장은 현장에서 답을 구했고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해법 또한 매우 구체적”이라고 하면서, “전통문화의 원형을 찾고 복원함은 물론 나아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확보한 것은 큰 성과이다. 연구 성과가 현실화되어 한국 문화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저자인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은 “한지의 정의를 새로 정립하고, 정책을 전환해야할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지·조선지 수준이상으로 품질을 높여 명실공히 한지가 세계 최고의 종이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면서, “이 책이 한지정책 추진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책의 저자인 박후근 경상북도 인재개발원 원장(출처/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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