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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가을의 향기, 아마로네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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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가을의 향기, 아마로네 와인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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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로 태어난 와인, 그래서 더 매력적인 ‘아마로네’
- 달콤쌉싸름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같은 와인

 

▲ 가을 산의 단풍과 낙엽의 모습 (출처/ 핀터레스트)
▲ 가을날 단풍으로 물들은 국내 소재의 산길의 모습 (출처/ 핀터레스트)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 맑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크게 들이쉬면 2020년 한 해동안 답답하게 막혀 있던 가슴속 무엇인가가 새어나가는 듯했다. 해가 지면 차가운 밤공기에 옷깃을 여몄는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낮아지는 기온에 이제는 겨울옷을 꺼내려 하고 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슴 한 쪽이 뻥 뚫린 듯 허전하고 덩달아 심장도 까닭 없이 뛰기 시작하는데, 이게 ‘가을을 타는 것’ 이구나 싶다. 

 아직 밖에서는 친구를 만나기가 조심스러워 집으로 초대했다. 셀러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대접하려 하는데 절로 손이 가는 와인이 ‘아마로네 Amarone’였다. 왜, 봄에는 향긋하고 입에서도 가볍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와인이 생각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생각나는 것과 비슷한데, 가을에는 유독 아마로네 생각이 절실해진다.

▲ 깊고 진한 색감을 지닌 아마로네 와인 (출처/ 와인폴리)
▲ 깊고 어두우며 진한 색감을 지닌 아마로네 와인 (출처/ 와인폴리)

 아마로네에서 느껴지는 말린 과일(여러분이 아는 건포도를 포함하여…), 말린 볏짚이나 나무의 향, 진한 다크초콜릿 같은 풍미는, 느껴지는 단어를 나열하기만 해도 말라가는 가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깊은 맛과 향을 머금고 있지만 그 끝은 옅게 단내가 채워 주어 와인만 마셔도 충분하다.

 이렇듯 나에게, 그리고 많은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가을의 향기’로 여겨지는 아마로네는 일반 와인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포도를 수확하자마자 빠르게 양조장으로 옮겨 양조를 진행하는 일반적인 와인과는 달리 아마로네를 만드는 포도들은 수확 후 약 4개월 정도 대나무 발에 위에서 건조된다. 성공적으로 포도가 건조되기 위해 수확 시에는 건강하고 잘 익은 포도만을 엄선해야 하며 건조실은 통풍이 원활해야 한다. 

▲ 대나무 창살 선반 위에서 말려지는 아마로네 양조용 포도 (출처/ Vinopigro)
▲ 대나무 창살 선반 위에서 말려지는 아마로네 양조용 포도 (출처/ Vinopigro)
▲ 아마로네 양조용 포도를 말리는 대나무 선반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출처/ Appaxximento.it)
▲ 아마로네 양조용 포도를 말리는 대나무 선반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출처/ Appaxximento.it)

 말려지는 포도들은 세심하게 관리되며 곰팡이가 피거나 썩은 것은 버려진다. 포도의 약 40% 정도의 수분이 증발하며 당도가 농축되는데 이런 과정을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마로네 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와인이 탄생하게 된다.

강렬한 체리, 무화과, 시나몬, 달짝지근한 자두의 아로마와 함께 초콜릿과 흑설탕의 아로마 역시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수분이 증발되며 농축된 까닭에 아마로네에는 다른 와인보다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며 약 3~7g/L의 잔당은 본연의 높은 산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 아마로네가 생산되는 베네토 Veneto 지역은 이탈리아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출처/ Winefolly)
▲ 아마로네가 생산되는 베네토 Veneto 지역은 이탈리아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출처/ Winefolly)

이탈리아의 북동부 ‘베네토 Veneto’의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아마로네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주로 코르비나 Corvina, 론디넬라 Rondinella, 몰리나라 Molinara 라는 품종을 사용하며 이들은 베네토 지역에서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주로 쓰이는 품종들이다.

▲ 아마로네의 산지 베네토 Veneto 는 3 구역으로 나뉜다. (출처/ Winefolly)
▲ 아마로네의 산지 베네토 Veneto 는 3 구역으로 나뉜다. (출처/ Winefolly)

아마로네의 정식 이름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Amarone della Valpolicella 로 역시나 이탈리아 와인답게 제법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알프스산맥의 낮은 발치에 위치한 발폴리첼라는 3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클라시코 Classico 이며 이 지역 내에서 생산된 아마로네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라는 더 긴 이름을 갖게 된다. 

아마로네는 독특한 풍미 외에도 우연의 산물, 혹은 실수로 인해 탄생하게 된 와인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과거 레치오토 Recioto라는 스위트 와인은 말린 포도로 만들어졌는데 양조과정에서 실수로 발효가 길어져 잔당이 거의 남지 않게 되자 그것이 바로 아마로네 된 것이다. 아마로네의 어원인 아마로 Amaro는 ‘쓴맛’을 의미하는데 레치오토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며 생겨나게 된 이름이다. 

▲ 아마로네 와인, 마시 코스타세라 아마로네 클라시코 Masi, Costasera Amarone Classico (출처/ CellarTracker)

국내에도 이미 다양한 아마로네가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생산자로는 달 포르노 로마노 Dal Forno Romano, 마시 Masi, 퀸타렐리 쥬세페 Quintarelli Giuseppe, 토마시Tommasi, 알레그리니 Allegrini, 체사리 Cesari 등이 있다.

▲ 아마로네 와인, 달 포르노 노라모 Dal Forno Romano (출처/ charitystars)
▲ 아마로네 와인, 달 포르노 로마노 Dal Forno Romano (출처/ charitystars)

아마로네가 생산되는 발폴리첼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인 베로나 Verona 근처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아마로네의 강렬한 향과 달콤쌉싸름한 맛은 가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없이 달콤하고 씁쓸한 사랑 이야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가을밤, 마음 한 켠이 허전하고 온기가 필요하다면 다크초콜릿처럼 진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 주고 달콤 쌉싸름한 여운을 남겨주는 아마로네는 꽤 괜찮은 당신의 벗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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