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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샴페인 #1, ‘샴페인’ 이란 이름, 함부로 쓰면 고소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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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샴페인 #1, ‘샴페인’ 이란 이름, 함부로 쓰면 고소당한다?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2 09: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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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샴페인이란 이름이 가진 거대한 힘!
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보글보글,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며 올라가는 기포가 아름다운 샴페인. 와인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가장 익숙한 이름인 ‘샴페인’은 그 이름부터 엄청난 힘을 가진 와인이다. 흔히들 '와알못'이라고 부르던 와인을 잘 알지 못하던 때의 나는, 마트에 와인을 사러 가면 무작정 직원에게 “샴페인 좀 추천해주세요.” 라고 묻곤 했는데 어쩐지 그들은 비싼 와인들만 추천을 해주곤 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샴페인’이란 이름, 지금부터는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할 이름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인 프랑스의 동북부에 위치한 샹파뉴 Champagne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샴페인의 생산지역이다. 영어로는 샴페인이라고 읽는 이 와인을 프랑스에서는 지방 명칭을 그대로 따서 샹파뉴라고 한다. 와인 생산지역 중 이곳만큼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은 없다. 샴페인은 상류사회를 상징함과 동시에 결혼, 기념일 등 축하하는 행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쁨의 술이다. 

 

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

 한마디로 정의하면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와인’을 일컫는다. 수많은 술들 중 한가지의 이름일 뿐인 ‘샴페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는 어려운, 실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990년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이브 생로랑 Yves Saint Laurent에서 Champagne 라는 향수를 출시했다. 와인병뚜껑을 본 따 만든 향수병 디자인부터 병에 새겨진 Champagne 라는 이름까지, 누가 보아도 샴페인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였다. 

 

뉴욕타임즈
▲뉴욕타임즈 "Perfume isn't Champagne."

 1993년 샴페인 생산자들은 샴페인이란 이름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이브 생로랑을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되고 법적 공방 끝에 승리하게 된다. 샴페인 생산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은 와인병뚜껑인 코르크 마개를 본 따 만든 향수병과 기쁨과 축하의 이미지, 미각적 감각을 이용한 광고를 문제로 삼았다. 

 이브 생로랑은 결국 샴페인 생산자들에게 8,000달러 이상의 손해배상금과 상징적인 보상으로 각 생산자들에게 1프랑씩을 지급하게 된다. 

 

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

 물론, 이브 생로랑은 제품의 생산과 출시에 들어간 모든 비용까지 손해를 보았으니 그들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겠으나, 와인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놀라우면서도 흥미롭게 들릴 이야기이다. 그 후, 이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향수는 샴페인이란 이름 대신 이 브레스 Yveresse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몽따 뉴 드 랭스 Montagne de Reims부터 발레 드 라 마른 Vallee de la Marn, 꼬뜨 데 블랑 Cote des Blan, 꼬뜨 드 세잔 Cote de Sezanne, 마지막으로 최남단의 오브 Aube 지역까지 이르는 경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샤르도네 Chardonnay, 피노 누아 Pinot Noir, 피노 뫼니에 Pinot Meunier, 이 세 가지 품종이 주로 사용된다.

 

위키미디아
▲(출처/위키미디아)

 최남단 지역인 오브 Aube 지역 역시 샴페인이란 이름을 와인에 붙이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있었다. 1911년 조금은 폭력적인 투쟁을 통해 오브의 생산자들도 어렵게 이 이름을 쟁취해낸 것이다. 

 또한, CIVC (Comité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Champagne)라는 협회는 샴페인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들을 법률화하였다. 포도재배 방법, 포도 생산량, 와인의 숙성 시간 등 이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때만이 샴페인이란 명칭을 병 레이블에 표기할 수 있다.

 EU 및 여러 국가에서 샴페인 이름의 고유성에 대한 법적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 칠레, 브라질, 캐나다, 중국 등 수많은 나라들이 유럽과의 협약을 통해 샴페인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법규를 통과시켰고 무려 70여개국 이상에서 지켜지고 있다. 미국 또한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와인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2008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샴페인이란 용어가 레이블에 표기된 3,000병 이상의 와인들이 파기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단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바로 법률이 통과된 2006년 이전에 상표 사용 승인을 받았던 와이너리만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와인서처
▲와인서처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은 까바 Cava라고 불리며 주로 까탈루니아 지방의 페네데스에서 생산된다. 이탈리아는 스푸만테 Spumante 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안에 이탈리아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프란치아코르타 Franciacorta, 낮은 알코올 도수와 맛과 가격에 낮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 프로세코 Prosecco 등이 개별적으로 이름을 갖는다.

 그 외에도 독일의 젝트 Sekt가 있으며 프랑스 내에서도 샹파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뱅 무쏘 Vin Mousseux 혹은 크레망 Cremant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샴페인의 이름이 가진 힘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질듯하다. 이제 와인을 구매하러 마트에 가면 무작정 샴페인을 추천해 달라기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해본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조금 더 낮은 가격대의 와인들을 추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반면, 한국인의 입장으로 ‘이강주’가 저런 법적 보호를 받는 술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이강주의 제조업자들이 강력하게 이름의 고유성을 주장해서 전 세계에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은 이름이 된다면.

 우리의 전통주들도 와인만큼이나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견고한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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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종 2019-07-18 15:51:53
샴페인에관한글 재밌네요 ㅎ

혜디 2019-07-17 18:19:35
너무 멋진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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